[이슈분석]30주년 EDCF, 수출·대외 위상 높였지만 과제도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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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는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 새로운 도약기다. 운용 30주년을 맞았고, 연간 운용 규모는 처음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30년 동안 EDCF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위상을 높였고, 한국 기업의 개발도상국 시장 진출을 견인했다.

아직 갈 길은 멀다. 국제사회의 요구가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EDCF 지원 사업에 한국 기업이 사실상 의무로 참여하는 `구속성`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원 규모가 아직 부족하다는 주장도 많다. 내부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주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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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위상 `높이고` 개도국 수출 `늘리고`

EDCF는 개도국의 산업화와 경제 발전 지원, 우리나라와 개도국 간 경제 교류 증진을 위해 1987년에 설립된 정책 기금이다.

개도국을 돕는 공적개발원조(ODA)는 유상원조와 무상원조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유상원조를 EDCF가 전담한다. 개도국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차관으로 빌려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형태다. 적지만 이자 수익도 있다.

1987년 EDCF 설립 당시 연간 운용 규모는 300억원 수준이었다. 정부는 꾸준히 규모를 늘려 정확히 30년 만에 1조원을 넘겼다. 연간 승인액은 이미 2009년에 1조원을 돌파했다. 해당 연도에 EDCF 지원을 승인하면 자금은 수년에 걸쳐 집행된다.

2015년 말 누적 기준 EDCF 승인액은 13조3070억원, 집행액은 5조8014억원이다. 총 53개 국가 352개 사업을 지원했다. 분야별로 교통(승인액 기준 4조8505억원) 사업 비중이 가장 크다. 그다음으로 수자원·위생(2조3199억원), 에너지(1조2168억원), 보건(1조5362억원), 통신(8026억원) 순이다.

EDCF가 확대되면서 우리 기업의 개도국 시장 진출이 활발해졌다. EDCF는 구매적격국(Eligible Source Country)을 가능한 한 한국으로 한정하고, 사업에 소요되는 재화·용역 공급자도 우리나라 업체에서 선정하도록 한 구속성 원조 자금이기 때문이다. ODA는 구매적격국 제한 여부에 따라 차관 형태를 구속성 원조자금(tied loan)과 비구속성 원조자금(untied loan)으로 구분한다.

지난 30년 동안 EDCF로 지원한 13조3070억원 규모 사업 대부분에 우리 기업이 참여했다. EDCF를 활용해 우리 대·중소기업이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 등지에 진출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규모(승인액 기준) 지원액을 보면 아시아가 8조9539억원으로 가장 많다. 뒤를 이어 아프리카(2조8396억원), 중남미(7784억원), 유럽(3976억원), 중동(3284억원), 대양주(91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EDCF 확대는 우리나라의 위상 제고에도 큰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는 1987년 EDCF 설립으로 유상원조를 본격화한 데 이어 1991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설립, 무상원조에도 속도를 냈다. 이를 바탕으로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 변신한 `세계 최초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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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성 비중 축소, 중소기업 참여 확대는 과제로

30년 성과에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EDCF를 포함한 ODA 규모 확대가 첫 번째 과제다. 정부는 빠르게 ODA 수준을 끌어올렸지만 절대 규모는 아직 국제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OECD는 지난 4월 DAC 회원국의 2015년 ODA 잠정 통계 결과를 공개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지원 규모는 19억1000만달러로 전년(18억6000만달러)보다 2.9% 늘었다. 우리나라 ODA 규모는 28개 회원국 가운데 14위로 2014년(16위)보다 두 계단 올랐다. 2010~2015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ODA 증가율은 10.2%로, DAC 회원국 평균 증가율(0.5%)을 크게 웃돌며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경제 규모 대비 원조 수준을 나타내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은 0.01%포인트(P) 증가한 0.14%를 기록했다. 28개국 가운데 23위다. 정부는 당초 2015년까지 0.25%를 목표로 설정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확정한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16~2020)`에서 ODA 규모를 2020년까지 GNI 대비 0.20%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030년에는 DAC 회원국 평균 수준인 0.3%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구속성` 비중 축소도 딜레마다. 국제사회는 EDCF가 한국 기업의 참여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구속성 비중을 줄여 한국 기업도 국제 경쟁 입찰을 거쳐 사업을 수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국제사회 여론에 공감하면서도 우리 기업의 수출 저하 우려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EDCF가 우리 기업의 참여를 100% 보장하지는 않는다. 수원국이 현지화 소요 비용을 지원하면 구매적격국에 포함될 수 있다. 한국에서 구매가 불가능하거나 한국에서 구매 시 경제성이 저하되는 일부 품목은 차관 한도의 일정 비율 범위 안에서 제3국 구매가 허용된다. 그러나 이런 사례는 일부에 불과, 사실상 대부분의 EDCF 사업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0일 “국제 경쟁 입찰로 전환하면 우리나라는 차관만 제공하고 타국 기업이 사업을 수주할 수 있어 정부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내로는 중소기업의 참여 확대도 과제로 지적된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대기업이 EDCF 사업을 독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 의원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EDCF 중견기업 수주 비중은 3분의 1 수준(2012년 15.5%→2016년 7월 5.8%), 중소기업 수주 비중은 절반 수준(2012년 17.0%→2016년 7월 8.4%)으로 각각 떨어지는 등 대기업 수주 편중이 심화됐다. 2016년 7월 현재 대기업 수주 비중은 85.7%에 이른다.

정부는 소액차관제도 등을 활성화, 중소·중견기업 수주를 확대할 방침이다. 소액차관제도는 500만달러 이하 사업의 경우 중소기업에 한해 입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5월 EDCF 기반 해외 진출에 성공한 기업을 방문해 “소액차관, 섹터개발차관, 금리 우대 등으로 사업 실적이 부족해서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을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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