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웹툰 불법복제 방지, 미래를 위한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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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업 레진엔터테인먼트 이사<사진 레진엔터테인먼트>

국내 웹툰 산업은 최근 3년 사이 빠르게 성장했다. PC뿐만 아니라 모바일에서도 글과 그림이 적절한 조합을 찾을 수 있도록 발전했다. 유료 웹툰 시장은 성인물 중심에서 액션,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등 폭넓은 장르로 확대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달리 다른 사람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고, 방송과 달리 이용자가 원하는 속도로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매력이 부각됐다. 스마트폰 시대의 주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 차원에서도 가요나 드라마 이후 한류를 알리고 제품을 판매하는 수출 주역으로 발돋움했다.

웹툰 산업은 위상 상승에도 고질병인 불법 복제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유료로 연재되는 웹툰을 불법 사이트와 운영자가 대량으로 불법 복제한다. 복제물을 인터넷에 버젓이 다시 올린다. 좋은 웹툰을 만들기 위한 수많은 작가와 업체의 노력을 가로채는 불법 사이트가 갈수록 늘어 간다.

불법 복제는 당연히 실정법 위반이다.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불법 복제 업체가 대부분 서버를 해외에 두기 때문이다. 적발돼도 우리 당국의 접속 차단 결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차단 결정이 내려져도 해당 사이트를 폐쇄하고 새로운 불법 사이트를 여는 식으로 잔꾀를 부린다. 새로 만든 불법 사이트도 오래 지속된다.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불법과 비도덕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웹툰업계는 불법 복제 행태가 만연해도 근절하기 어려운 상황을 크게 우려한다. 작가가 가장 큰 피해를 본다. 레진엔터테인먼트만 하더라도 작가가 500명 이상 활동한다. 국내 전체 웹툰 작가 수는 5000명이 넘는다. 작가는 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한 고민과 노력의 시간을 보낸다. 그런 열정이 도둑당한다면 웹툰을 그리려는 사람은 줄 수밖에 없다. 좋은 작품 자체가 나오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웹툰 콘텐츠를 통한 국가 자산 축적도 힘들어진다. 콘텐츠는 전자나 자동차 등 다른 산업에 비해 각 나라의 보호무역 경계나 정서상의 저항감이 다소 덜한 분야다. 웹툰은 케이팝(K-POP)과 한국 드라마의 성공 바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한류 수출 콘텐츠의 원천이 됐다.

단순 수출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등 2, 3차 파생 효과까지 낳는다. 레진코믹스도 연재작 `아만자`로 일본 중국 시장에서 출판 만화와 드라마로 활용되며 이런 추세에 기여했다.

한류 콘텐츠의 새 원천으로 떠오른 웹툰은 발굴만이 능사가 아니다. 해외에 진출할 때 저작권 보호 대책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 해외는 국내보다 저작권 보호 인식이 취약한 지역이 많다. 불법 복제를 적발해도 해당 국가와 공조가 필요한 특성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기반이 갖춰지지 못한다면 성공 신화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 정보기술(IT)과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기술 자체는 갈수록 범용화된다. 반면에 특허와 저작권은 가치가 높아진다. 웹툰도 마찬가지다. 아직까지 다른 나라의 진출이 더딘 만큼 국내 경쟁력이 높은 영역이다. 대형 플랫폼 업체도 자사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앞다퉈 콘텐츠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미국 월트디즈니사가 애니메이션 기반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한 것은 콘텐츠 원천 확보와 보호에 누구보다 치열했기 때문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업계의 공동 노력도 절실하다. 불법 복제 사이트에 대한 규제 당국의 결정 이전이라 하더라도 불법 복제가 명확히 드러난 사이트는 무력화 조치가 필요하다. 통신망업체(ISP)가 해당 콘텐츠업체와 협의 채널을 구축, 우선 접속 차단 조치를 취하는 등 대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 콘텐츠에 대한 투자와 보호는 우리 미래를 위한 투자와 보호다.

이성업 레진엔터테인먼트 이사 upiguna@lez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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