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딜레마 "금리 인하보다 금융안정 우선"...정부 정책자금 확대 시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4일(현지시간) 기준금리 0.25%P를 인상한 가운데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한은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 우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외국인 자본유출 가능성과 가계부채 문제 등이 얽히면서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15일 이주열 한은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가 좁혀지면서 외국인 자본 유출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민간 부문 외화유동성이 풍부하고, 우리나라 외환보유액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라며 “현 단계에서 당장 급격한 유출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향후 가장 눈여겨 볼 대외 변수로 내년 등장할 미국 트럼프 정부 정책을 꼽았다.

그는 “연준 정책 방향은 어느 정도 예측가능하게 제시되지만, 트럼프 행정부 정책은 (예측이 어려워) 좀 더 관심 있게 봐야한다”고 답했다.

최근 국책·민간 연구기관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을 낮추며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이 우선”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는 KDI 등이 최근 경기 절벽 우려에 한은의 추가적인 완화정책을 주문하고 있는데, 이런 주장과 다소 거리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국내외 불확실성이 워낙 커지는 만큼 지금은 금융시장 변동성을 더 주시하겠다는 뜻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정책에 쓴 소리도 했다.

이 총재는 “수차례 내놓은 정부 가계부채 대책이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11월에도 은행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며 “정부당국도 가계부채 축소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반대로 부동산 경기의 과도한 위축을 비롯한 실물 위험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한 결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의 국내경기 판단은 지난달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보면 국내경기와 관련해 전월보다 다소 부정적인 표현이 눈에 띄었다.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로 향후 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은은 지난 10월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을 2.8%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또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됐지만 내수의 개선 움직임은 미약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는 미국 금리인상으로 우리 금리·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시장안정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 연준 금리인상과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가 결합돼 글로벌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 국내 주식·외환 등 금융시장 뿐 아니라 가계·기업·금융부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에서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어려움이 가중하는 중소기업과 서민층에 대해 정책자금의 지원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며 “시장 불안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금융·외환시장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필요시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