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공원에 놓인 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을 훼손했던 30대 남성이 불구속 입건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공원에 자리한 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을 망치 등으로 훼손한 혐의(특수손괴)로 최모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지난 4일 오후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흉상을 망치로 수차례 내려치거나 붉은색 스프레이를 뿌리는 등의 방법으로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훼손 부위는 흉상 얼굴과 깃 좌우의 계급장 그리고 가슴과 코 등이다. ‘5·16 혁명 발상지’라고 적힌 높이 1.8m 좌대에도 ‘철거하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의 흉상은 1966년 6관구 사령부의 의뢰로 제작됐으며, 높이 2.3m에 폭 0.4m다. 2000년 11월, 시민단체 회원들이 흉상을 철거해 홍대로 옮겼으나 다시 자리로 돌아오는 일도 있을 겪기도 했다.
최씨는 훼손 다음날 자신의 SNS에 “박정희 흉상 철거 선언문’에서 “‘5.16’이 교과서에서 ‘군사정변’으로 표기된 것은 역사학계의 꾸준한 연구 성과와 노력이 반영된 하나의 결실이었다”며 “그런데 ‘5.16 혁명의 발상지’라는 잘못된 상징이 어떤 기관으로부터도 관리되지 아니하고 여태 보존되어온 것은 우리가 노력해온 제대로 된 역사의식의 함양이라는 가치에 정면으로 대치된다”고 말했다.
이어 “떡하니 혁명의 발상지라 적힌 뻔뻔한 구시대적 환각이 서울 시내 한복판, 아파트단지 옆, 누군가에겐 휴식의 공간인 공원, 누군가에겐 출퇴근과 등하교를 위해 지나치게 되는 길에 세워져 보존되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최 씨는 글을 통해 “정치인은 숭배되어서는 안 되며, 잘못된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누군가의 업적을 상징하고 기념하는 모든 행위는 근절되어야 마땅하다”고 전했다. 이어 “어제 나에게 박정희 흉상을 녹여 김재규 흉상을 만들 아이디어가 없었다는 것에 안도하길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이와 유사한 불법행위는 엄정하게 처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윤지 기자 yj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