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나온 재계 총수들]정부의 외압, 기업은 안 끊나, 못 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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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특위 1차 청문회에서 그룹 총수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가성은 없었으며,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답변했다. 청와대 외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연했다는 주장이다.

그룹 총수들 답변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나온다. 기업이 정부 외압을 “못 끊는다”는 주장과 자발적으로 “안 끊는다”는 주장이 대립한다.

기업이 아무런 대가 없이 거액을 출연할 리 없다는 주장이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직·간접적으로 기업이 정부에 대가를 요구할 수 있는 열쇠를 쥐게 된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특정 기업에 유리하게 제도를 바꾸거나 예산을 반영한 사례는 과거 적지 않게 목격했다.

뿌리 깊은 정경유착이 문제라는 평가다. 정부 주도로 경제를 성장시켜온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발전이 빨랐지만 정치와 경제가 비정상적으로 연계되는 과오를 남겼다. 이미 청산했어야 할 정경유착은 아직까지 다양한 형태로 살아있고 일부 기업이 이를 악용한다는 분석이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청문회에서 “오늘 청문회에 지난 1988년 5공 청문회 때 나온 분들의 자제 6명이 있는데 정경유착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로 어떤 기업도 정부 요구를 완전히 거스르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 제도·예산상 불이익이 우려되고, 기업 경영에도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단 출연이 강요냐 뇌물이냐는 질문에 “그 당시에 그런 청와대의 지시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CJ그룹은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거슬러` 경영에 직접 타격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CJ가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박 대통령을 풍자하고, 영화 `광해`와 `변호인`을 배급·투자해 현 정권의 미움을 사 이미경 부회장이 갑작스럽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는 의혹이다.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처음에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만나자고 해서 만났는데, (조 수석이)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말이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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