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대 그룹 총수 대부분이 청와대와 재단 출연을 대가로 한 거래 의혹을 부인했다.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답변 내용만 갖고는 박근혜 대통령 뇌물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CJ그룹에선 경영진 사퇴에 관한 압박 사실이 총수 증언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앞으로 법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국정조사 청문회 증언대에 선 9대 그룹 총수들은 대부분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청와대 출연 요청 사실을 인정했다.
9명 회장 대부분은 재단 출연에 대한 대가성이나 거래 의혹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그룹 총수들은 검찰조사로 밝혀진 재단 출연 요청 사실만 인정하고, 대가성 의혹 등 나머지 질문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뇌물죄 입증은 어려워질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은 “문화 융성, 스포츠 발전을 위해 기업들도 열심히 지원해 경제와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좋은 일이라며, 지원을 아낌없이 해달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그룹승계 관련 대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업에 대한 지원 요청은 일상적인 일”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정몽구 회장과 최태원 회장 등 다른 총수들도 대부분 내용을 잘 몰랐다거나, 대가성은 없었다고 답했다.
그룹 회장들은 앞으로 진행될 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유사한 답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뇌물죄 입증에는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청와대 측 강요가 사실이라는 진술도 나와 주목된다. 손경식 CJ그룹의 경우 이미경 부회장 사퇴를 위해 청와대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손 회장은 “조원동 경제수석을 통해 이미경 부회장이 자리를 떠나야한다는 통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직접 만나 대통령 말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답했다.
그는 차은택씨와 관련해서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차은택이) 맡고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우리 직원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 했다”며 강요 사실이 있었음을 밝혔다.
이는 강요 혐의 등에 대한 구체 진술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당사자인 그룹 총수의 구체 진술이 나오면서, 앞으로 진행될 특별검사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공방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