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스타트업 입장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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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열풍이다. 자고 일어나면 스타트업이 생긴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지난해 3만개를 넘겼다. 올해 들어 8월까지 1200개 기업이 새로 등록했다.

창업 열기를 겨냥한 건축 붐도 불고 있다. 오피스 빌딩과 지식산업센터도 우후죽순 생겨난다.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 논현동 남양유업 신사옥, 역삼동 타워808 등 강남에서도 대규모 오피스가 공급됐다. 지식산업센터도 구로·가산디지털밸리를 비롯해 경기도 성남시 판교, 김포시, 광명시 등 곳곳에 들어선다. 하루가 멀다하고 분양 광고가 뜬다.

대기업에서는 각종 창업경진대회를 열어 스타트업을 발굴한다. 정부도 창조경제 산업의 전초기지로 스타트업을 꼽고 있다. 정부 전체가 창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언론을 통해 성공한 스타트업 얘기를 자주 접하다 보니 사업이 잘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착각이다. 생각보다 성공한 스타트업이 많지 않다. 아니 손에 꼽을 정도다. 성공은커녕 월세 내기도 버거운 기업이 더 많다. 실제로 한 공공 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 협업 공간은 절반이 비었다. 한 달 임대료가 15만원인데 이마저도 부담스러워서 들어가지 못하는 스타트업이 많다. 강남 오피스빌딩 공실이 늘어나 건물주가 이면 계약서까지 써 주지만 찾는 기업이 없다. 가진 돈이 없으니 분양을 받아야 하는 지식산업센터는 그림의 떡이다.

스타트업은 건물주 임대 수익을 올려 줄 고객이나 대기업의 외주 개발사가 아니다. 정부가 고민하는 실업률을 낮춰 줄 해결책은 더더욱 아니다. 스타트업은 준비하는 이들에게 미래이자 삶의 터전이다. 스타트업을 키우고 지원하려면 시선을 바꿔야 한다. 스타트업 입장에서 정작 필요한 게 무엇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직은 1500만원 상당의 투자 유치를 받는 기업보다 15만원이 절실한 기업이 더 많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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