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알파고 `딥젠고(DeepZenGo)가 결국 인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일본 최고 고수인 조치훈 9단 상대로 1승을 거둬 일본 인공지능(AI) 바둑 성장을 예고했다.
조 9단은 23일 일본 도쿄 일본기원에서 열린 딥젠고 제3국에서 167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제1국에 이어 2승을 거둬 총 2승 1패로 승리했다. 딥젠고는 알파고 등장 후 몬테카를로 방식으로 개발된 `젠`에 딥러닝을 적용해 고도화 한 AI 바둑 프로그램이다.
딥젠고는 초·중반 조치훈 9단을 상대로 우상쪽 사석작전에 성공하며 이익를 봤다. 하지만 추가 공격 기회를 놓치는 등 느슨한 모습을 보이며 큰 우위를 점하는 데 실패했다. 미세한 국면에서 끝내기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후반 약점을 드러내며 손해를 보다 조 9단 노림수에 휘둘리며 돌을 거뒀다.
딥젠고와 조 9단 대국은 의미가 크다. 딥젠고는 3월 고도화에 착수 9개월 만에 프로기사와 호선으로 겨룰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고도화 기간이 짧았음에도 딥러닝 적용이 상당부분 이뤄졌다. 양건 한국프로기사회장은 “딥젠고 고도화 기간이 조금 더 길었으면 최고 기력을 보유했을 것”이라면서 “내년 상반기가 되면 딥젠고 기력이 크게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딥젠고 활약으로 일본 AI 개발이 가속화 된다. 중국도 텐센트, 바이두 지원으로 AI 바둑을 개발한다. 중국 AI 바둑은 중국 최고 수준 프로기사 통해 실력을 검증 중이다. 딥젠고가 중국을 의식해 다소 일찍 모습을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도 AI 바둑 고도화를 추진한다. 국내 유일 AI 바둑 프로그램 돌바람과 전자신문, 한국프로기사회가 대기업 지원으로 진행한다. 양 회장은 “본격적으로 AI 바둑 프로그램 전쟁이 시작됐다”면서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 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둑이 AI 개발에 핵심 도구여서 AI바둑 전쟁은 곧 AI 전쟁이다.
신혜권 SW/IT서비스 전문기자 hkshin@etnews.com, 오대석기자 od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