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적이지만 노벨상을 염두에 두지 않고 연구해야 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연구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합니다.”
마쓰모토 히로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이사장은 “연구자가 하고 싶어 하는 연구를 보장하면 어느 정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끝내 빛을 보게 된다”면서 “이화학연구소 역시 100년 가까이 이런 방식을 유지해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RIKEN은 1917년 설립된 기초과학 종합 연구기관이다. 창의적인 기초연구 지향 풍토로 1949년 유카와 히데키, 1965년 도모나가 신이치로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최근에는 모리타 고스케 박사가 주기율표 113번 원소 `니호늄`을 발견했다. 니호늄은 일본을 뜻하는 `니혼`과 원소 등을 뜻하는 `이움(ium)`을 결합한 말이다.
마쓰모토 이사장은 모리타 박사의 예를 들어 `진득한 연구`를 강조했다. “모리타 박사는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기까지 10년 준비, 12년 실험기간을 가졌습니다. 쥐가 쳇바퀴 돌리듯 결과 없는 실험을 반복한 끝에 성과를 얻었습니다.”
그는 일단 연구를 시작하면 성과창출 압박이 덜한 일본 연구문화 덕분에 니호늄 발견이 가능했다며 `무용이용(無用而用)`을 강조했다. 지금 당장 쓸모 없어 보이는 연구도 계속하면 거대한 과학적 발견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마쓰모토 이사장은 “당장 쓸모 있어 누구나 하는 연구는 과학계에 큰 족적을 남길 수는 없다”면서 “언뜻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 과학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영역이 앞으로 우리가 탐구해야 할 지식의 보물창고”라고 말했다.
그는 “기초과학 연구는 정부 정책에 따른 톱다운 방식이 중요하지만, 상향식 연구도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일본은 기초과학 연구 50% 가량이 상향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상향식 자유 공모형(바텀업) 방식 연구 확대 중요성도 언급했다.
한국기초과학연(IBS)가 중심이 돼 우리나라 기초과학이 스스로 설 수 있는 `자생력`을 확보해야한다는 조언도 했다. 꾸준한 신진 연구 인력 양성, 자체 연구 필요기술 확보가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그는 먼저 “상대적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젊은 연구자들을 지원해 바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밑거름이 된다”면서 “RIKEN도 박사 후 연구원이 일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다”고 전했다.
마쓰모토 이사장은 “연구에 필요한 기기나 설비를 직접 제작하고 준비하는 것도 기초과학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IBS에서 건립하는 한국형 중이온 가속기(라온) 역시 직접 건설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