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A칼럼] 오늘이 특별한 데이(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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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래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강의교수

매년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나 기관, 단체에는 특별한 날들이 있다. 창립기념일, 10주년, 20주년, 50주년, 100주년 기념일 같은 상징적인 날, 기업매출로 100억, 500억, 1천억, 1조원을 넘어선 특별한 성과달성일 등이 그렇다. 창립(또는 특별한 성과)일에는 그 조직이 기념식으로 창립(설립) 당시의 목표와 사명을 되새기며 이색적인 행사를 하기도 한다. 개인도 마찬가지지만, 기업이나 조직 등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생성, 성장, 발전, 부흥, 쇠퇴, 소멸의 과정을 거치기 마련이다. 또한 오래 살고자 하는 인간의 소망처럼 기업들도 영속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경주하는 것이다. 그런데, 특별하지 않은 날을 마치 특별한 기념비적인 날인 것처럼 상징적 의미를 부여하고, 소비자가 인식하도록 하고, 기업이나 브랜드가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데이 마케팅(Day Marketing)이라고 한다. 당초 2.14일 발렌타인데이와 이어진 3.14일 화이트데이를 마케팅적으로 활용하면서, 매월 14일에 4월 블랙데이, 5월 로즈데이, 6월 키스데이, 7월 실버데이, 8월 그린데이.... 외 매달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최근 들어 이와 같은 데이 마케팅은 비교적 보편화된 시즌 마케팅으로 자리 잡았다. 기업들은 브랜드와 특정한 날들이 대량소비로 매칭 될 수 있도록 갖가지 아이디어를 짜 내기도 한다.

제과업의 경우, 마케팅적으로 비수기에 접어드는 11월에 11.11일을 빼빼로 데이로 만들어 대대적인 마케팅 캠페인을 벌인다. 마침 이 시기가 국내 최대 고시인 ‘수능’고사 일과 맞물리면서 11.11일 전후에는 전국 편의점, 양판점, 슈퍼마켓 등이 다양하고 새로운 행운의 빼빼로 막대과자로 장식된다. 빼빼로 과자는 긴 막대스틱 비스켓에 쵸코를 입힌 평범한 과자였다. 1996년 부산의 한 여중생이 11월 11일(막대기가 4개 겹치는 날) 날씬해지자는 의미로 친구에게 빼빼로를 선물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빼빼로 과자시장의 80%를 점유하는 L사는 그 덕에 지난 20년간 1조 2천억 원의 누적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도 당일 하루 100억 원 이상 단일 매출을 목표로 한다니 그 위세를 알 수 있다. 같은 날 중국도 광군절(狂群節), 솔로데이라고 하여 엄청난 특수를 노리는 마케팅 대목이 되었다. 세계최대 B2B 온라인쇼핑몰인 알리바바는 2014년 11.11일 하루만 한국화폐 환산으로 약10조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2015년에는 16조 5천억 원, 올해도 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예 11.11일에는 광군절 판매시계를 홈페이지에 올려놓고, 다양한 방식의 세일과 더불어 실시간으로 판매액을 공개하고 있다. 좋건 싫건 분주하게 살며 지루해지기 쉬운 한해의 마지막 분기에 데이 마케팅의 절정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아는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함께 빼빼로데이와 광군절을 공식적인 3대 마케팅 데이로 정의하고 있다. 광군절 매출은 2012년 시작된 미국의 블랙플라이데이 규모를 훨씬 넘어섰다고 한다.

사실, 오늘은 데이 마케팅을 이야기하려고 글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적응력이 뛰어난 우리나라의 데이 마케팅은 이미 모든 달을 커버하고 차고 넘칠 정도로 의미를 부여한 많은 날들이 생겼다. 삼겹살데이(3.3), 참치데이(3.7), 체리데이(7.2), 구이데이(9.2)에 가래떡데이(1.11), 한우데이(11,1) 등 기업들의 브랜드명과 특정 업종과 결부된 데이 마케팅까지 포함하면 사시사철 세일 데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이나 가정이나 가계로 시야를 좁혀보면 마케팅처럼 뭔가 대박이 날 것 같은 날보다 힘들고 우울하고 견디기 힘든 날이 많은 것이 요즘의 상황이다. 정치적으로는 과거 민주화시대나 문민정부의 출범만큼 국가적 위기에 놓여있고, 경제적으로는 아무리 거시, 미시환경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고 하여도 1~2%대 경제 저성장에서 벗어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그 외 교육현실, 사회갈등, 남북문제, 기업 노사갈등, 조기 고령화, 출산율 저하 등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풀릴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기업이나 브랜드가 마케팅적으로 찾으려던 그 특별한 날, 데이 마케팅처럼 우리 개인들도 뭔가 특별한 날을 만들 수는 없을까. 아마도 역사적으로 수많은 제국과 국가가 탄생하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위대한 인물들과 영웅들이 군웅할거하며 인류에게 남긴 기념비적인 사건을 기록으로 친다면 매일은 우리에게 매우 특별한 날일 것이다. 이 글을 쓴 11.8일 오늘은 재향군인의 날이고, 크로아티아 독립기념일이고, 페루 해군의 날이다. 고왕국 신라에서 한가위 가배행사가 시작된 날이고, 2차 아편전쟁이 시작된 날이고, 명성왕후가 피살되어 돌아가신 날이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가 결혼한 날이다. 박경리 작가가 소설 토지를 완간한 날이고, 체게바라가 정부군에게 체포된 날이고, 서독 4대 총리 빌리브란트가 서거한 날이다. 아마 책으로 한 권을 써도 특별한 오늘의 이야기를 다 기록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디지털 시대에는 훨씬 더 많은 국경을 초월한 교류와 실시간 알려지는 사건, 사고, 중대사들이 발생하고 공유되고 있지 않은가.

따라서 오늘은 누구에게나, 역사적으로 아주 특별한 날이다. 그렇게 우리는 여전히 살아 있고, 살아가고, 살아가야 할 중요한 날이다. 아니 잘 살아가고, 잘 살아가야할 그런 날이다. 이런 특별한 날에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국민을 향해 기꺼이 그 권력을 내려놓아야 한다. 금력을 주체 못하는 부자들은 자신들의 지나친 잉여의 부를 가난한 사람들과 이웃들에게 나누고 도와주어야 한다. 월등한 지식을 가진 인텔리겐차는 그 지식을 개인영달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발전할 수 있도록 써야하며, 후세들이 더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도록 전해야 한다. 오늘은 꼭 그래야만 할 특별한 날(Day)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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