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기술 표준, 글로벌 기술 챔피언을 위한 디딤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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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키보드는 표준화 혜택 대표 사례다. 만약 키보드가 표준화돼 있지 않다면, 우리는 사용하는 컴퓨터가 바뀔 때마다 자판을 익히느라 시간을 쏟아야 한다. 키보드가 표준화 돼 있기 때문에 우리는 편하게 타이핑할 수 있다. 이처럼 표준화는 생활 전반에서 능률과 경제성을 높인다.

표준을 선점하면 산업 경쟁에서 우위도 가질 수 있다. 에디슨은 직류에 대한 특허 확보로 테슬라와의 `전류전쟁(War of Currents)`에서 승리했다. 기술 표준을 잡아야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증명된 셈이다.

고령화 사회 도래로 각광받는 바이오·헬스케어 산업도 표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효율 성장을 발판으로 국민건강·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차세대 신산업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은 새로운 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는 신성장동력이다. 조선, 자동차 등 주력산업 위기와 경기둔화 속에서도 바이오·헬스케어 산업 성장세는 가파르다. 지난 2010년 8조4780억 달러 규모에서 2020년 13조711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나아가 디지털 헬스케어는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에서도 크게 주목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안정 기술을 바탕으로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 진출이 용이하다.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상용화가 본격화하면 이를 토대로 중국 같은 거대 고령화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다.

그러나 표준화에 대한 인식이 낮은 점은 우려된다. 우리나라 의료기기 기업은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은 표준 전문 인력이 부족해 국제규격 이해나 대응력이 취약하다. 반면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 대부분 국가는 표준을 기반으로 의료기기 인허가를 추진한다. 우리나라도 최신규격 적용 방법과 대응 솔루션에 대한 산·병·학·연 연계 연구개발(R&D)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 정부는 2014년 5월에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범부처 참여형 국가표준운영체계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에서 표준연계 R&D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표준기술력향상사업 투자 지원도 지속하고 있다. 산업표준 활성화 사업 방안, 연구개발사업 표준개발 적정 방향 수립 등 공격적 지원정책도 실행하고 있다.

앞으로 의료기기 표준을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수요조사 단계부터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경제 효과, 우리나라 기업·국내외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전략 협력 대상국 등을 파악해야 한다. 나아가 연구개발 시 국제 표준화를 목표로 선정해야 한다. 국가와 우리나라 기업 R&D 성과가 국제표준으로 이어지는 `R&D-특허-표준` 삼각 연계 체계도 견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현대사회는 기술과 기술, 기술과 문화, 서비스와 기술 등 융합을 통한 혁신 기술이 세상 변화를 이끈다. 불확실성과 다양한 융합 속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미래를 가늠하고 대응하도록 하는 것이 표준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는 미국 속담이 있다. 성공을 위해 세세한 환경 변화에도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이제는 유형가치보다 표준·소프트웨어·디자인 등 무형가치에 보다 많은 투자를 해야 할 때다. 변화를 디딤돌 삼아 진정한 글로벌 기술 챔피언이 돼야 한다.

허영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메디칼디바이스 PD yhuh@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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