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방송시장 상생과 협력 경쟁을 위한 분쟁 조정 활성화

Photo Image

부부 사이에 불화가 심해졌을 때 이혼소송을 하고 서로 갈라서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일까. 극단의 상황을 피하고 대화를 통해 불화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 보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당사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져서 합리에 맞는 판단보다 감정이 앞서면 대화조차 원활하지 않게 돼 문제 해결이 쉽지 않게 된다.

우리나라의 가사조정 절차에는 `숙려 기간`이라는 것이 있고, 소송에 앞서 조정을 통해 가능한 한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조정을 쉽게 표현하면 `권한이 부여된 제3자가 싸움이나 분쟁을 말리고 서로의 입장에 비춰 원만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분쟁이 극단 상황으로 전개될 경우 당사자 간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로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적극 조정이 필요하다.

국내 방송 시장은 모바일 시장 성장에 비해 최근 몇 년 동안 성장이 둔화되면서 방송 사업자 간 분쟁이 격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방송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면 결국 한정된 재원을 누가 더 많이 가져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분쟁 발생 가능성이 짙어진다.

이러한 양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분쟁 사례는 `지상파-플랫폼 사업자 간 재송신 분쟁` `콘텐츠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 프로그램 제공 및 수익 배분 분쟁` `홈쇼핑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 간 송출수수료 분쟁` 등이다.

문제는 분쟁이 발생하면 방송사업자 간 국한된 분쟁이 아니라 시청자에게 피해가 발생하고 시청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상파 방송사와 플랫폼 사업자 간 재송신 분쟁이 격화돼 방송 송출이 중단되면 시청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기 때문에 단순히 사업자 간 분쟁으로만 접근할 수 없다. 분쟁 상황이 심화돼 사법 판단에만 의존할 경우 사업자 간 신뢰 상실은 물론 불필요한 사회 비용이 유발되고, 분쟁 상황의 조속한 해결이 지연될 수 있다.

이에 따라서 방송 시장 분쟁에 따라 시청자 권익이 침해되는 경우에는 방송 분야 전문 규제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적극 개입, 분쟁을 원활히 조정함으로써 시청자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 미국, 유럽 등에서 법정 소송을 대체하는 빠르고 간편한 수단으로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분쟁 해결 대안 제도인 행정분쟁해결(ADR) 법의 하나인 `방송 분쟁조정` 제도는 분쟁 발생 때 적극 조정, 시장의 상생과 협력 경쟁을 유도하는 장치임과 동시에 시청자 권익을 보호한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와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 간 가입자 산정 기준에 대한 이견으로 협의가 수차례 진행됐다. 그러나 갈등 심화로 결국 지상파 방송사가 `재송신 중단`이라는 극단의 결정을 내림으로써 수도권에 거주하는 위성방송가입자는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방통위는 지난해 말 방송법을 개정해 `방송분쟁 조정` 제도를 정비, 사업자 간 분쟁 발생 시 원활한 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분쟁에 의한 시청자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방송의 유지·재개 명령` 제도를 도입했다. 이에 근거해 이번 분쟁 사례에 대해 `방송유지 명령`을 발동해 송출 중단 상황을 막고 있으며, 시청자 권익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분쟁 조정 준비에 적극성을 기하고 있다. 다만 이번 분쟁 과정을 살펴보면서 분쟁 조정 효과를 더욱 제고하기 위해서는 당초 개정안에 포함된 `직권조정`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해 볼 필요가 있다.

삼국지에 보면 `양호경식지계(兩虎競食之計)`라는 전략이 있다. 강한 두 마리의 호랑이를 싸우게 해서 힘을 약화시킨 다음에 두 마리 모두 잡는다는 계책이다. 이는 우리나라 방송 시장에서 분쟁이 격화되면 결국 우리나라 방송 시장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서 글로벌 시대에 한류의 확산과 방송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분쟁은 최소화돼야 하고, 불가피하게 분쟁이 발생하게 되더라도 분쟁 조정은 적극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기주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kjlee@kcc.g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