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진화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자칫 큰 변화 흐름을 놓치면 경쟁국에 뒤처질 수 있다. 그동안 다양한 정책을 통해 긴급 처방이 필요한 부문부터 대응해왔지만 보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산업을 책임지고 있는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3차 신산업민관협의회`에서 한 말이다. 요즘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유행이다. 언론에도 하루가 멀다하고 이 용어가 등장한다.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한 신간도 쏟아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시대적 과제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은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이를 주제로 올리면서 세계적 유행어가 됐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분야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이다. 이미 글로벌 정보통신(ICT) 기업은 이들 분야 선점에 나섰다. 거대 자금을 투입하고 고급인력을 확보하며 고급 기술 확보에 혈안이다. 4차 산업혁명 정의는 사람마다, 국가마다 약간 다르다. 대체적으로 1차 증기 혁명과 2차 대량 생산 혁명, 3차 정보혁명에 이은 새로운 물결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4차 산업혁명 공통 키워드는 융합, 정보통신(ICT) 접목, 맞춤화 및 개인화 등이다.
이런 차에 4차 산업혁명과 고립을 키워드로 내세운 책 `빅픽처 2017`이 새로 나왔다. 이 책은 하버드대 출신 국내 전문가 16명이 집필했다. 기업과 대학, 언론, 연구소 등 각 분야 일선에서 경험한 다양한 쟁점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우리나라가 어디로 나가야 할지 방향과 대안을 모색했다.
`세계를 내다보는 큰 그림(빅 픽처)을 그리다`는 것이 책의 주제다. 책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의학비서 시스템, 뇌과학과 두뇌훈련, 신소재와 소프트 로봇, 에너지 저장 매체 등 4차 산업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융합기술을 설명한다. 기술뿐 아니라 `고립주의`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한다. 4차 산업혁명이 고립주의와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언뜻 이해가 안간다. 설명을 하면 이렇다.
4차 산업혁명은 연결의 혁명인데, 이 혁명은 결국 세계를 하나로 묶으려 하기 때문에 시장의 힘은 더 강화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역설적이게도 세계는 정치적으로 고립주의, 경제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4차 산업혁명과 고립주의라는 상반된 흐름이 우리가 2017년을 어떻게 살아갈지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말한다. 4차 산업혁명이 산업적으로 연결을 강화하고 세상을 좁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공지능이 인간 노동을 대체하고 실업률을 높이므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책은 제조업의 리쇼어링(reshoring: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해외에 나간 기업이 다시 국내로 돌아오는 것)으로 소득 불평등이 심화하고, 또 그럴수록 고립주의가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얼핏보기에 별개 흐름인 듯한 이 두 현상이 사실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됐다. 1부는 4차산업혁명을 다룬다. 4차 산업혁명 의미와 전망을 비롯해 △인공지능 특징으로 본 인공지능 미래 △AI시대, 개인 성공을 위한 제언 △인간의 두뇌는 훈련할 수 있을까 △미래 에너지 대안 등을 소개한다.
2부는 고립주의와 세계를 탐구했다. 고립주의와 개방주의를 비롯해 △민주주의 승리 계속될 수 있을까 △난민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제 △2017년, 인구 오너스 시대가 시작된다 △영상 한류를 지역으로 확산하라 등을 다뤘다. 김윤이, 송경희 등 16명 지음, 생각정원 펴냄, 1만4000원.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