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4일, 구글은 미국 본사에서 신상품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구글이 내놓은 신상품들은 △컵 모양의 스마트홈 허브인 `구글홈`(Google Home)과 와이파이 라우터 △가상현실(VR)기기 `데이드림뷰`(Daydream View) △USB 모양의 음원스트리밍 기기 `크롬캐스트`(Chromcast) △전 미국언론이 최고의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이라 극찬하는 `픽셀(Pixel)` 등 하드웨어 뿐이다. 전세계 모바일OS 80%를 차지하는 안드로이드OS 등 소프트웨어 개발이 특장점인 구글이 왜 하드웨어 개발에 이다지 공을 들일까?
구글은 지난 2010년부터 넥서스(Nexus)라는 브랜드로 스마트폰을 이미 출시했다. 하지만 구글의 예상과는 달리 1세대 넥서스는 약 20만대만 팔려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글은 2015년 넥서스 5X와 6P까지 지속적으로 새 스마트폰 개발·출시해왔는데, 그 이유는 삼척동자도 아는 구글의 무료 안드로이드OS 전략 때문이다.
10의 100제곱이란 뜻의 구골(Googol)에서 회사명을 따온 구글의 기본 사업모델은 무한대에 가까운 정보를 수집해서 이를 필요로 하는 무료사용자들을 최대한 모으고, 이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원하는 광고주의 광고비를 받는 `검색과 광고`(Search and Advertise)다.
그러다 보니 정보를 최대한 건질 수 있는 그물망이 필요한데, 그 한 방법으로 삼성전자와 대만의 HTC 같은 스마트기기 제조사들에게 안드로이드OS 무료사용을 허가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무료사용은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OS 업데이트를 게을리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큰 단점이 있다. 제조사들의 나태·비협조는 구형 안드로이드OS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불편을 낳았고, 그 불편은 구글 수입감소로 귀결됐다. 또한 제조사들과 이동통신사들은 구글월렛(Google Wallet)이나 구글맵(Google Map) 등 구글 앱이 아닌 삼성페이나 T맵(Tmap) 같은 자사 앱을 장착했고, 이런 비(非)구글앱 장착을 막을 수 없는 구글은 앱 관련 제2, 제3의 기회수입을 놓치고도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었다. 그러자 구글은 스마트기기 제조사들에게 자사가 추구하는 방식의 OS 업데이트와 앱 장착을 부추기기 위해 새 안드로이드 OS와 구글 앱만 장착한 넥서스를 출시했던 것이다.
하지만 구글의 이러한 시도도 대부분의 제조사들이 무시하자, 지난 2011년 125억달러(약 14조 3000억원)에 매입한 모토로라의 `모토`(Moto) 브랜드에 넥서스 기능을 더한 고·중가 스마트폰을 2013년과 2014년에 연이어 출시한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고, 구글은 모토로라를 달랑 29억달러(약 3조 3000억원)에 중국의 레노보에게 매각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스마트폰 하드웨어 사업에 연이어 패배를 한 구글이 브랜드까지 바꿔가며 다시 이 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인구에 회자되는 이유는 안드로이드OS의 첫 수혜자들인 HTC, 소니 등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나빠져 구글이 직접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인 중국에는 정부 언론통제로 인해 구글은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고, 스마트기기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자체 앱 개발·장착은 더 심해졌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대한 이유는 4차 산업혁명 중 한 축인 인공지능(AI)이다.
순달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CEO는 “AI는 PC와 월드와이드웹, 스마트폰만큼 파괴력과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라고 말했다. AI중에 가장 단기간에 현실이 될 것은 온갖 잡무를 처리하는 AI비서고, 이 분야 선두주자는 애플 시리(Siri)와 아마존 알렉사(Alexa)다. 구글은 본인이 개발한 AI비서 어시스턴트(Assistant)를 픽셀에 장착했다. 구글은 어시스턴트의 특장점이 △문자로 지시하는 경쟁제품과는 달리 구두대화형 △사용자 구글 관련계정 사용기록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필요시 제3의 앱 연동이나 다른 AI비서 참여 가능이라고 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세 번째 `제3의 연동·참여`다. 이는 애플·구글·아마존 등 플랫폼사업 자이언트들의 기본 사업모델이고, 이들은 모두 관련 생태계 창출과 (독점)경영을 하고 있다. 즉 구글은 넥서스와 달리 픽셀을 통해 AI비서 플랫폼과 생태계를 정조준한다.
이와 관련된 다른 AI는 스마트홈이다. 아마존은 원통형 스피커인 알렉사를 축으로 스마트홈을 구현하는 `에코`(Echo)를 2년째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다른 자사제품인 `파이어`(Fire) 태블릿과 TV 셋탑박스를 연결했다. 여기서 구글은 하드웨어와 엮을 수 있는 거대한 소프트웨어의 신시장을 봤고, 이를 위해 구글홈을 출시했으며, 그 시발점에 픽셀이 있다.
한편 2015년말 당시 구글은 넥서스의 OEM인 화웨이와 2016년형 스마트폰 포트폴리오 회의를 하다 돌연 관계를 정리한다. 어시스턴트가 장착될 2016년형 구글 스마트폰에는 화웨이 로고장착을 할 수 없다는 구글 요구 때문이었다. 그러자 구글은 한때 안드로이드 군단 맏형이자 구글의 특허를 빌려서까지 애플과 MS 등과 수 없는 특허 대리전쟁을 한 HTC와 전격적으로 관계를 맺고 픽셀을 출시한다. 그리곤 픽셀의 소프트웨어는 물론 하드웨어까지 구글이 디자인 했고 (Designed by Google), HTC는 제조만 했다고 공표한다. 마치 애플과 대만 팍스콘(Foxconn)의 OEM 관계처럼 말이다.
그런데 구글의 이러한 주장도 이상하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디자인부터 제조는 18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한편 언급한대로 구글은 2015년말까지는 화웨이와 2016년형 넥서스 하드웨어를 논의하고 있었다. 그런 구글이 (2016년 10월4일에 픽셀 출시를 했으니까) 9개월만에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디자인 했다? 이미 유튜브에는 픽셀은 HTC의 새 모델인 A9의 외형은 물론 마더보드(mother board), 배터리 등 내부 전체까지 동일하다는 증거사진들이 무수히 올라와있다. 그럼 구글은 왜 며칠 가지도 못할 거짓말을 해가면서 본인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출시했을까? 그 이유는 돈이다.
기술력과 디자인능력이 평준화된 안드로이드 OS 제조사들은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인다. 반면 이율이 높은 고가시장에만 전념하는 아이폰 가격은 올라가거나 최소한 유지된다. 아이폰의 이런 입지가 가능한 가장 큰 사유는 iOS 독자사용이다. 새 버전의 소프트웨어 장착을 위해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안드로이드 OS의 버거운 과정을 아이폰은 거치지 않으니까 그 실행이 빠르다. 그 결과 새 버전의 신속한 업데이트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고, 아이폰의 고가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구글은 애플의 이러한 OS경영을 부러워한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아니, 미국의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 인터넷 잡지는 2016년 2월판에 “구글이 HTC와의 파트너쉽을 통해서 애플과 유사한 통제(Apple-like control)를 하겠다는 계획이 있다”고 보도했다. 즉, 구글이 화웨이와 관계청산이 되자마자 픽셀을 출시한 이유는 특허전쟁들로 아사직전이라 구글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HTC와 애플과 유사한 안드로이드OS 생태계 통제를 시작하기 위한 것이다.
※상세 내용은 IP노믹스 홈페이지(www.ipnomics.co.kr )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피터경섭 미국 특허변호사(법무법인 다래) peter.shin@darae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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