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현장 종합 | ‘국시집 여자’] 여름날 안동만큼이나 치명적인 관계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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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제공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금세 날카로워진 바람이 부는 계절, 뜨거운 여름날 안동에서 촬영된 ‘국시집 여자’가 잔잔한 감성을 선사한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BS 별관 대본연습실에서 KBS2 드라마 스페셜 ‘국시집 여자’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민경 PD와 박병은, 전혜빈이 참석했다.

‘국시집 여자’는 문학청년의 꿈을 접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진우(박병은 분)가 대학선배의 부고를 받고 내려간 안동에서 우연히 미진(전혜빈 분)을 만나 묘한 만남을 이어가는 내용의 멜로드라마다.

이날 박병은은 “대본을 받고 다중적인 느낌과 감정, 미묘한 표정들이 끌렸다. 2년 전, 단막극 ‘괴물’에서 했던 결과물이 너무 마음에 들고 훌륭해서 이번 단막극도 즐겁고 좋은 기분으로 촬영을 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어 “진우는 나이가 있음에도 철이 덜 든 부분도 있고, 등단은 화려했으나 실력과 노력이 좌절된 속 깊은 인물이다. 그러면서 사람에 대한 순수함이 있다”며 극중 유부남이 한 여인에게 호감을 갖는 것을 불륜으로 해석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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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박병은은 “작품 속에서 처한 상황에 따라 비겁하게 물러날 수밖에 없기도 한다. 이런 진우의 다중적인 면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큰 이유였고, 배우로서 한층 더 발전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전혜빈은 “대본을 읽었을 때 밍밍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잔잔했다. 요즘에는 인스턴트 같이 자극적인 주제에 매료되어 있는 시청자들이 많을 테니 걱정이 됐다”면서 “하지만 미팅을 하는 순간 느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는데,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거다. 드라마도 밍밍하지만 깊게 우러나오는 맛이 있는 평양냉면 같다”고 비유하며 드라마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또 전혜빈은 “촬영하는 내내, 끝내면서도 여운이 남았다. 드라마가 끝나버릴까봐 아직 시작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다”고 덧붙였다.

‘국시집 여자’는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한여름 안동에서 촬영됐다. 병산서원, 도산서원, 하회마을 등 아름다운 명소를 배경으로 고요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안동에 여러 번 답사를 다녀왔다던 김민경 PD는 “화려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나만의 공간인 것 같은, 자연스러움과 조용함, 우아한 매력이 있는 곳이었다. 촬영한 곳에서 몇 시간 동안 혼자 앉아 있으면서 행복함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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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빈 역시 안동이 지닌 따뜻함을 강조하며 “촬영하는 동안 안동은 땅이 너무 뜨거워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였다. 그렇지만 안동만이 가지고 있는 게 있다. 바람 등이 장면마다 절묘하게 들어가 있어서 너무 더웠어도 행복한 마음으로 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혜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 단아하면서도 세련된 단발머리로 변신을 시도했다. 역할 분위기에 더욱 깊숙이 물들기 위한 결정이었다.

전혜빈은 “회사에서는 단막극이니 자를 필요까지 없다곤 했는데, 드라마에서 미진이 깊은 상처를 안고 안동으로 내려와 있는 건데, 세상에 미련이 없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도, 감독님도 강했다”며 머리카락을 자른 계기를 밝혔다.

기자간담회 동안 김 PD와 박병은, 전혜빈은 드라마가 풍기는 고즈넉한 분위기와 잔잔하면서도 살랑거리는 느낌을 강조했다. 간담회에 앞서 상영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도 여름이라는 계절에서 나오는 경쾌함과 안동의 포근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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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빈은 “무심코 튼 채널에서 나와 닮은 극이 나온다든가, 살고 싶거나 살아왔던 것들이 흘러나오면 매료되는 느낌이 있는 것 같다. 그게 드라마스페셜의 강한 매력인 것 같다”면서 “이거 잘 편집해서 칸 내보내야겠다고 할 정도였다. 한 신 한 신, 막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서 러브레터 쓰는 여자의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작품을 찍었다”고 말했다.

‘국시집 여자’는 주인공들의 관계 역시 조용히, 그렇지만 강력하게 형성된다. 주인공 진우와 미진 역시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또 그런 것도 아닌 사이다. 드라마는 두 사람 사이의 독특한 케미와 정서, 관계를 밝게 다룬다.

김 PD는 “우아하고 고즈넉할 것 같지만 속도감도 있고 끊임없이 잔재미들이 있어서 키득키득 웃을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고 작품이 또 다른 매력을 설명했다.

이어 “주인공들의 관계는 규정할 수 없다. 아무 사이도 아니지만 아무 사이가 아닌 것도 아니다. 그런 사이가 오히려 더 깊을 수도 있고 많은 마음을 나눌 수도 있다. 애매한 관계지만 오히려 치명적인 이야기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애매한 감정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전했다.

‘국시집 여자’는 오는 6일 오후 1부작으로 방송된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이소희 기자 lshsh324@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