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걸그룹 레인보우 역시 ‘마(魔)의 7년’을 넘지 못했다.
지난 2009년 ‘가십 걸(Gossip Girl)’로 데뷔한 레인보우는 최근 소속사 DSP미디어와의 전속계약이 끝났고,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서 해체 수순을 밟았다.
이 소식에 팬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곱 멤버 모두 매력이 뛰어나고 좋은 노래들도 많았던 것에 비해 그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다.
데뷔 후 단 한 번도 1위를 하지 못하자 항상 레인보우에게는 ‘열심히 하는데 뜨지 않는 그룹’이라는 수식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팀이 해체하자 팬들은 더욱 아쉬워할 수밖에 없었다.
레인보우의 해체 소식이 전해진 후 쏟아진 관련 기사들에도 이러한 내용에 초점이 맞춰졌다. 대다수의 언론은 멤버들이 7년 동안 레인보우 활동을 하면서 얻은 성과보다 왜 1위를 못했는지, 왜 ‘마의 7년’을 넘지 못했는지 등의 내용만 집중 조명하고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대중문화계는 결과주의를 중시하는 냉혹한 업계”라며 “차트에서의 성적, 결과에 따른 몸값, 팬덤 규모 등이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레인보우를 후자에 가까운 기준으로 사람들이 바라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음악방송 및 음원차트 1위가 가수들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있는 일반적인 척도라는 점에서 레인보우를 성공한 걸그룹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1위를 못했다고 해서 레인보우를 실패했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7년 동안 멤버들이 이룬 성과도 충분할 뿐만 아니라 화려하지는 않아도 꾸준한 인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레인보우는 데뷔 앨범 ‘가십 걸’로 이름을 알린 후 이듬해 발표한 디지털 싱글 ‘A’를 통해 단숨에 대세 걸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에도 ‘마하(Mach)’, ‘투 미(To Me)’, ‘블랙 스완(Black Swan)’ 등의 노래들을 선보이며, 꾸준히 활동을 펼쳤다.
비록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건 아니었지만 레인보우는 매 앨범마다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귀여움, 섹시, 여성미 넘치는 콘셉트까지 다양하게 소화하며, 팔색조 같은 매력을 뽐내기도 했다.
개인 활동을 했던 멤버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김재경, 고우리, 조현영 등이 예능과 드라마를 활발하게 넘나들었고, 지숙은 KBS2 ‘연예가중계’ 리포터와 파워블로거로 활약하며, 누리꾼들과도 친숙하게 지내고 있다.
특히 7년 동안 한 번은 있을 법한 불화설이나 구설도 전혀 없었다. 해체 보도가 전해진 후인 지난달 29일 멤버들은 한 자리에 함께 모여서 작성한 자필편지를 각자의 SNS에 게재했다.
레인보우는 편지를 통해 “비록 계약이 만료돼 DSP와 함께하는 공식적인 활동이 끝나지만 저희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달리다보면 언젠가 또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며 “1등이 뭐가 중요하나.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소중하다. 지난 7년을 최고로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팬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랬다.
또, 멤버들은 곧 이별 여행을 떠날 정도로 계약이 만료된 후에도 마지막까지 돈독한 사이를 과시 중이다.
소속사 DSP미디어는 “레인보우는 워낙 서로 배려심이 깊고 우애가 좋은 팀이다. 그래서 풍기는 에너지도 굉장히 밝고 긍정적”이라며 “이런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팀이라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신 것 같다. 비록 아쉽게 각자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게 됐지만 늘 응원할 것이며, 팬들의 많은 사랑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처럼 레인보우는 마지막까지 대중의 기억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남기고 있다. 멤버들의 불화나 불미스러운 사건, 데뷔한 후 소리ㆍ소문 없이 사라지는 아이돌들이 부지기수인 걸 생각한다면 레인보우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 그룹이 아니다.
전자신문 엔터온뉴스 최민영 기자 meanzerochoi@entero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