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공공기관 정보통신공사 분리 발주 외면, 이대론 안돼

정보통신 공사의 분리 발주는 방송·통신 설비 전문성을 갖춘 시공업체가 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길이다. 공사의 시공 품질, 신뢰성,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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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발주하면 발주 기관이 공사 분야에 맞게 담당 업체를 개별 선정한다. 국회가 의원회관을 짓는다면 콘크리트 시공, 토목 공사 등은 건설사가 담당한다.

전기 배선이나 통신 회선, 방송 설비는 전기 공사 업체와 정보통신 공사 업체가 맡는다.

정보통신공사업법에서 규정하는 분리 발주 방식이다. 건설은 건설사, 정보 통신 공사는 정보 통신 공사 업체, 전기 공사는 전기 공사 업체에 각각 맡겨서 전문성을 십분 발휘하도록 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 정보통신 공사 업체가 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줘서 대형 건설사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도 분리 발주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러 공공 기관과 공기업이 정보통신 설비 공사를 건설 등 다른 공사와 일괄 발주한다. 올해 국토교통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가 심의한 △국회 스마트워크센터 및 프레스센터 건립 공사(국회) △부산통합청사 신축 사업(기획재정부) △대구 정부통합전산센터 신축 공사(행정자치부) △복합편의시설 건립 제3공사(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 △갑천지구 3BL 분양아파트 건설 공사(대전도시공사) 등은 분리 발주하지 않고 `통합 발주`한 대표 사례다.

해당 공공 기관은 대부분 입찰 방식으로 설계 시공 일괄과 기술 제안 방식을 택했다. 설계 시공 일괄 입찰은 발주 기관이 제시한 기본 계획에 따라 사업을 진행한다. 통상 1개 사업자가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맡는다. 기술 제안 입찰은 발주 기관이 작성한 기본설계서를 두고 입찰자가 공사비 절감 방안, 공사기간 단축 방안, 공사 관리 방안 등 기술 제안서를 다시 작성해서 입찰한다.

두 가지 입찰은 사업 전 과정을 총괄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에 유리하다. 그러나 건설사도 정보통신 공사와 전기 공사를 빼놓을 수 없다. 다시 정보통신 공사 업체와 전기 공사 업체를 불러야 한다. 건설사가 전체 사업 비용 가운데 정보통신이나 전기 공사 비용을 따로 담당 업체에 주는 하도급 구조가 발생하는 것이다.

대전 갑천지구 3BL 분양 아파트는 총 사업비가 3179억원이다. 여기서 정보통신 공사만 분리하면 143억원이 된다. 분리 발주하면 143억원이 모두 정보통신 공사 업체에 돌아간다. 하지만 통합 발주하면 143억원에서 일부 건설사가 수수료 등 명목비를 빼고 정보통신 공사 업체에 지불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명목비는 업계 관행”이라면서 “최대 절반까지 떼어 먹는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143억원에서 50% 명목비를 제한다면 정보통신 공사 업체가 받는 금액은 71억5000만원이다.

143억원짜리 공사를 71억5000만원만 받고 진행하려면 정보통신 공사 업체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케이블선 등 자재를 직접 공급한다면 가능한 한 싼 자재를 택해야 수익을 남길 수 있다. 인건비도 줄여야 한다. 한 정보통신 공사 업체 대표는 “회사 운영을 위해서는 이익을 최대한 남길 수밖에 없다”면서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다 보면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날림 공사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대전도시공사는 “아파트 건설 공사는 신기술·신공법으로 성능 보증과 하자 책임이 명확해야 한다”면서 “분리 발주 예외 대상 공사에 해당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보통신공사협회와 전기공사협회는 “정부는 대·중소기업 동반 성장을 외치면서 기업 간 자율 협력을 강조하는데 정작 공공 기관과 공기업이 관련 업무의 편의성으로 통합 발주를 선호하고 있다”면서 “건설 대기업만 참여할 수 있는 통합 발주는 중소기업의 참여 기회를 박탈하기 때문에 정보통신 공사 업체와 전기 공사 업체는 하도급 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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