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애플 페이` 론칭 2년···"12개국에 진출했지만 축배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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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페이 시연 사진.

애플이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애플 페이`를 선보인지 만 2년이 됐다. 애플은 2014년 10월 미국에서 애플 페이 서비스를 선보이며 세계만방에 `애플 페이` 시대가 열렸음을 알렸다. 미국에서 시작한 애플 페이는 영국과 캐나다 및 호주를 거쳐 중국, 싱가포르, 스위스, 프랑스, 홍콩, 러시아, 뉴질랜드, 일본 등 세계 12개국으로 확대됐다. 가장 최근에 애플 페이를 도입한 국가는 일본이다. 내년 초에는 스페인과 대만에도 상륙할 예정이다. 애플 페이 서비스 국가가 14개국으로 느는 것이다.

애플 페이는 지문인식센서 `터치ID`와 근접무선통신기술(NFC)을 활용한 모바일 결제 기술이자 서비스다. 신용카드를 꺼내 서명할 필요도 없이 스마트폰(아이폰)이나 스마트워치(애플워치)를 NFC 단말기에 대면 결제할 수 있다. 애플은 지문인식 기능과 연계한 데다 점원이 카드번호, 소비자 이름을 볼 수 없어 안전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상점이 별도의 결제 단말기를 마련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지난 6월 말로 끝난 3분기(4~6월) 결산에서 애플은 애플 페이 월 사용자가 “연간 대비 400% 늘었다”면서 “미국에서 300만 소매점이 사용하는 등 세계 1100만곳에서 애플 페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애플 페이 종주국인 미국에서 이뤄진 결제액은 109억달러로 추정된다.

애플 페이는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에 합산된다. 애플 서비스 부문 매출은 전체 매출의 11% 정도다. 애플 페이 외에 삼성이 선보인 `삼성 페이`와 안드로이드 진영의 `안드로이드 페이`, 중국 알리바바가 밀고 있는 `알리 페이`도 세계를 대상으로 세력을 계속 확장하고 있어 이들 결제플랫폼 간 `페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애플 페이 세력 확대

애플 페이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14년 9월 9일이다. 이날 애플은 `아이폰6`를 발표하면서 애플 페이도 공개했다. 애플 페이를 론칭(서비스 개시)하기 위해 애플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마스터카드, 비자 등 거대 결제 회사들과 2014년 이전부터 협력했다. `애플 페이` 서비스 시행 초기에 애플은 “론칭 사흘 만에 100만 신용카드가 애플 페이에 등록했다”면서 “22만 벤더가 서비스 론칭에 협력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이외 지역에 진출한 건 영국이 처음이다. 미국에서 서비스를 처음 시행한 지 9개월 후인 2015년 7월에 이뤄졌다. 거대 소비 시장 중국으로의 진출은 영국보다 5개월 늦은 2015년 12월이다.

당시 중국의 15개 메이저 은행들은 “애플 페이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발표, 애플 페이의 중국 입성을 알렸다. 중국 소비자들이 실제 애플 페이를 사용하게 된 건 이보다 3개월 늦은 2016년 2월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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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아이폰6 론칭 장면. 이때 애플은 애플페이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올 1월에는 KFC가 “일부 매장에서 애플 페이를 사용한 후 미국 전역에 도입하겠다”고 밝혀 `애플 페이` 확산에 힘을 보탰다. 두 달 뒤인 3월에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 엑손모빌이 애플 페이 지원을 선언했다. 이어 5월에는 미국 백화점 콜(Kohl)도 `애플 페이` 사용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애플 페이`는 해외 진출 발걸음도 가속, 지난 25일 소비 대국 일본에 상륙함으로써 12개국에 진출한 결제 수단이 됐다. 일본에서는 NFC 방식 대신 소니가 개발한 비접촉식 결제 시스템 `펠리카(FeliCa)`를 적용, 눈길을 끌었다. 일본 교통카드 `스이카(Suica)` 대신 `애플 페이`를 사용할 수 있다. 스이카 카드 대용으로 애플 페이를 쓰려면 월렛 애플리케이션(앱)에 카드를 등록하면 된다. 아이폰 7은 펠리카와 제휴한 첫 스마트폰이다. 일본 진출을 놓고 중국에서 애플 매출이 감소하자 일본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올 2월 애플은 “미국 아이폰6 사용자의 20%가 적어도 한 번은 애플 페이를 사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축배 들기엔 아직 먼 애플 페이

`애플 페이`가 탄탄대로만 걸은 건 아니다. 서비스 초기에는 `커런트C` 진영의 반발로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기대만큼 확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플 페이가 매장 내 모바일 결제 부문에서 어느 정도 혁신을 일으키는데 일조한 건 사실이지만 애플이 `샴페인`이나 `축포`를 터뜨릴 만큼 성과를 거뒀다고 말하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실제 애플 자찬에도 “애플 페이 도입 속도가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에 기대한 것보다 못 미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확산에 중요한 반복 사용률도 미미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애플 페이를 한 번 사용한 뒤 다시 쓰지 않는 소비자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기존의 신용카드나 직불카드, 현금 사용이 편해 굳이 `애플 페이`로 바꿀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미국에서 두드러진다.

시장조사 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현재 미국 비접촉 모바일 결제 사용자는 약 1100만명이며, 이 가운데 적극 사용자는 230만명 정도다. SA 애널리스트는 “전통 결제 방식이 건재하고 모바일 결제로 전환해서 얻는 소비자 이점이 명확하지 않는 것이 애플 페이 등 모바일 결제의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보통신(IT) 분야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의 한 애널리스트도 “미국 소비자는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결제 단말기에 갖다 대는 것에 익숙하다”면서 “소비자의 결제 습관을 바꾸게 하려면 많은 설득과 금융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