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기술, 인터넷, 아이폰과 더불어 우리가 함께 힘을 모아 완벽할 정도로 지혜롭고 완벽할 정도로 친절한 불멸의 생명체를 만들어낼 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해서 만들어진 사람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닙니다”(알랭 드 보통 영국 작가)
“인구 폭발만해도 막을 수 없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기근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습니다. 살충제는 우리에게 암을 유발하고 있고, 사막은 점점 확장되고 있으며, 석유는 고갈되고 있습니다. 열대우림은 사라질 것 같았고, 산성비, 조류 인풀루엔자, 오존층 구멍은 우리를 병들게 할 것 같았습니다. 급기야 핵겨울이 우리를 끝장낼 것만 같았습니다”(매트 리들리 대중과학 저술가)
“미래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터무니없이 순진합니다. `더 낫다`는 단어 자체가 잘못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래를 볼 때 실제로 직면하게 되는 미래는 다른 미래입니다”(말콤 글래드웰 저널리스트)
“저는 오늘밤 여러분에게 인류 앞날에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시킬 계획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확신`시킬 것이라고 말했습니다”(스티븐 핑커 심리 및 언어, 인지과학자)
미래 만큼 매력적인 단어가 없다. 누구나 미래를 이야기하면 끌리고 호기심이 발동한다. 미래 `힘`은 어디서 오늘걸까. 바로 `미래` 자신이다. 즉, 앞으로 무슨일이 일어날 지 그 누구도 모른다는 것, 그것이 바로 미래의 힘이다. 미지의, 알 수 없는, 신의 영역과도 같은 그 부분을 인간은 알기 위해 안달이다. 미래학자가 나오고, 예측과 전망이 쏟아지는 이유다. 혹자는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고 달성하는 것”이라며 행위를 강조하기도 한다.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사람과 닮은 기계가 판을 쳐 혹 재앙이 되지는 않을까. 아니면 똑똑한 기계가 사람과 공존하는 번영의 시대일까. 흔히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을 디스토피안, 반대로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을 유토피안이라 부른다. 역사는 이들이 티격태격하며 발전해왔다.
미래를 고민하고 토의하는 유명한 행사중 하나가 `멍크 디베이트`다.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이 행사는 캐나다 금광 재벌 피터 멍크가 세운 오리아재단이 창설했다. 2008년부터 캐나다 토론토에서 봄과 가을 연 2회 각 분야 최고 권위자나 전문가를 초청, 국제 이슈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재미 있는 것은 참가자들이 2인 1조를 이뤄 `토론 배틀`을 벌인다는 점이다. 토론 전후로 찬반투표를 해 어느 팀이 승리했는지도 알려준다. 30~95달러에 티켓을 판매함에도 매회 티켓이 매진될만큼 인기란다.
`사피언스의 미래`는 2015년 11월에 실시된 `멍크 디베이트`를 엮은 책이다. 이날 토론 주제는 인류의 미래였다. `인류의 앞날에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를 주제로 석학 4명이 2인1조가돼 찬반 격론을 벌였다.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며 인류 미래에 긍정적 메시지를 던진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심리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스티븐 핑거와 세계적 과학저널리스트 매트 리들리 등 두 명이었다. 반면 `1만 시간 법칙`으로 우리한테 잘 알려진 경영저술가 말콤 글래드웰과 세계적 베스트셀러를 다수 저술한 작가 알랭 드 보통 등 두 사람은 인류 미래에 비관적 입장을 보였다.
전병근 옮김, 모던아카이브 펴냄, 1만3500원.
`토론 배틀`은 90분간 진행됐다. 모두 발언 각 8분과 상대편 발언 반박 각 3분에 이어 자유토론이 열렸다. 과학, 인문학, 경영학, 저널리즘 최전선에 선 사람들답게 토론자들은 인류 미래에 대해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중간 중간 터져나온 위트는 맛있는 양념이었다. 과연 누가 승리했을까. 청중들은 스티븐 핑거 팀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유토피아팀이 디스토피아팀을 이긴 것이다. 미래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