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제주발 에너지그린빅뱅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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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지사

제주도 내 전기자동차 등록 대수가 지난 9월 말 기준 3608대로 도내 전체 차량의 1%를 돌파했다. 우리나라가 전기차 불모지이던 2013년 7월 제주도에서 전기차가 민간에 첫 보급된 지 3년여 만이다. 전국 평균 전기차 등록 비율이 0.037%로 소수점 두 자리 이하임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수치다. 바야흐로 제주도에 `전기차 2.0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전기차 2.0시대는 단순히 차량 숫자에만 의미를 두는 게 아니다. 앞으로 보조금 위주 정책에서 벗어나 전기차 사용자 중심의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방식으로 보급 정책을 전환할 계획이다. 실제 전기차를 이용하고 있는 도민들이 적극 나서서 전기차의 장점을 알리고 전기차 보급 확대를 이끌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 9월 전기차 이용자들이 자발 개최한 `전기차 이용자 포럼&페스티벌(EVuFF:Electric Vehicle user forum&festival)`을 통해 전기차 사용 후기를 접한 많은 사람으로부터 호응을 끌어냈다. 이렇듯 전기차 2.0시대에는 산업 생태계와 문화, 관광이 어우러진다.

전기차는 제주도가 추진하고 있는 `2030 탄소 없는 섬(카본프리 아일랜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시발점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 및 에너지 고효율·스마트 사회이자 글로벌 에코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한 자원인 석유·석탄 등 화석에너지에서 무한한 태양과 바람의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고, 도민이 에너지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변화하는 에너지 패러다임의 혁명이다.

세계 환경 문제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지난해 12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195개 회원국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는 `신기후체제`를 출범시켰다. 온실가스 국가별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회원국들은 이를 이행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2030년 국가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도는 `2030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이 국가 목표 달성 방향을 제시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카본프리 아일랜드 정책의 핵심은 풍력과 태양광 등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고, 도내 운행 차량을 100%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지역에 녹색 산업 생태계를 조성, 새로운 비즈니스와 고용을 창출하는 등 도민의 이익도 극대화해 나갈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인 풍력의 경우 제주에너지공사 중심의 공공 주도 풍력 개발로 추진하고, 태양광 분야는 해양에너지와 바이오에너지 등 2030년까지 민간자본 중심으로 약 16조원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연간 1만2982GWh 전력을 생산해 소비하고 남는 전력은 다른 도시에 되팔아 제주를 에너지 자립 섬으로 만드는 구상이다. 올해부터 추진하는 감귤 폐원 예정지와 마을 소유 공유지를 활용한 `태양광 전기농사 프로젝트`는 농민들을 에너지 생산자로 탈바꿈시키는 대표 사례가 될 것이다.

제주는 지리상으로 변방이었다. 바로 이런 환경에도 제주는 갇혀 있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험 정신과 창조성을 지닐 수 있게 됐다. 제주의 도전은 신기후체제에서 각 도시와 지방 정부들에 기후변화에 대비한 혁신 모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제주발 에너지 그린 빅뱅이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생태계 조성에 가져올 나비 효과를 기대해 본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 wonhappy6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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