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자체 직매입 판매 채널 `로켓배송`의 무료배송 서비스 기준 금액을 9800원에서 1만9800원으로 높였다. 고객 1인당 구매금액(객단가)이 상승한 것은 물론 온라인에서 상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한 쇼핑 환경을 감안한 조치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로켓배송 카테고리에서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소 결제 금액을 1만9800원으로 설정했다. 지난 3년여간 유지한 9800원에서 1만원 올렸다. 매월 또는 매주 고객이 지정한 기간 일정하게 동일 상품을 배송하는 정기 주문 서비스에 한해 9800원 기준을 유지한다.
쿠팡 관계자는 “지난 11일부터 로켓배송의 무료배송 금액을 상향했다”면서 “다양한 상품을 최저가로 제공하고 온라인 쇼핑에 최적화한 고객 경험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지난 2014년 9800원 이상 상품 주문건에 관해 24시간 이내 상품을 출고하는 전용 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을 선보였다. 무료배송을 마케팅 전면에 앞세워 1만원 이상 복수 물품 구매를 유도하는 한편 당시 양대 수익 모델인 지역상품 딜로 고객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당시 경쟁사 티몬은 쿠팡처럼 9800원, 위메프는 9700원을 각각 무료배송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최근 아이디어 상품이나 저가 공산품에 머물렀던 취급 품목이 생필품이나 고가 제품 등으로 확대되면서 서비스 효율성이 떨어졌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객단가가 지속 상승했기 때문이다. 예컨데 티몬은 지난 2011년 5만원 수준에 그친 객단가가 지난 3월 기준 10만원으로 갑절 증가했다.
쿠팡이 3년여간 유지한 배송 정책을 개편하면서 저가 상품 중심 배송전쟁은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됐다. 위메프는 이달 9700원 이상 무료배송 정책을 중단했다. 티몬은 생필품 전용 채널 `슈퍼마트`에서 2만원 이상 구매 고객에게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쿠팡은 앞으로 로켓배송 전담 물류기사 `쿠팡맨`을 앞세워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온라인 쇼핑 채널의 상품 구색이 비슷해지면서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감성배송`이 유통가 핵심 마케팅 포인트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현재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대형마트 등이 최소 2만원 이상 구매 건에 무료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의 심리 저항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이번에 로켓배송의 무료배송 기준 금액과 함께 도서·산간 지역 배송비 과금 정책도 개편했다. 그동안 판매자가 택배사에 추가 적용을 요청할 수 있었던 배송비 상한을 기존 2만원에서 7만원으로 조정했다. 2만원 이상 배송비가 소요되는 도서·산간 지역이나 해외 거주 고객에게는 별도 배송비를 청구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CJ대한통운, 현대택배, 한진택배 이외 택배사를 이용하는 쿠팡 입점 판매자는 최대 7만원 추가 배송비를 상품 가격에 포함할 수 있게 됐다. 고객이 주문 상품과 배송비를 한꺼번에 결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거주 지역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라인 쇼핑 접근성이 떨어졌던 소비자까지 고정 고객으로 흡수하기 위한 물류 전략으로 풀이된다.
<주요 유통 사업자 무료배송 기준 금액(자료:업계 취합)>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