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출 진흥·지원기관 부실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14년 모뉴엘 사태에도 불구하고 무역보험 부실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하고 1500억원대 부실을 떠안은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11일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제2의 모뉴엘 사태로 비화한 온코퍼레이션에 대한 무역보험 부실 문제에 집중포화가 쏟아졌다.
유동수 의원(산자위·더불어민주당)은 “온코퍼레이션의 2014년 재무재표를 분석해 보니, 이미 이 때부터 회사가 사실상 부도가 난 상황이었다”라며 “무보가 그 당시 대손충당금 설정 등 조치를 해야했음에도 불구하고, (모뉴엘 사태 이후) 또 이런 사태를 맞은 것은 무보가 전문성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김영학 무보 사장에게 “회계지식과 금융지식이 없다”라며 “개념 없는 경영을 했다”고 쏘아붙였다.
제주도에 본사를 둔 온코퍼레이션은 중국에서 LCD TV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 미국 월마트와 베스트바이 등 대형 양판점에 판매해 왔다. 2008년부터 무보로부터 수출 보증을 받아왔고, 2014년에는 `3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온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0월 품질불량으로 미국 수입업체가 제품 인수를 거부하는 등 잇따른 경영난에 처했다. 2014년 273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15년 158억원으로 감소했고 올 6월 현재 84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온코퍼레이션은 2014년 시중은행으로부터 빌린 2200억원 중 1500억원을 갚지 못하게 됐고, 이 손실은 보증을 선 무보가 사실상 세금으로 갚아야 한다.
김규환 의원(산자위·새누리당)도 “온코퍼레이션 재무재표를 보니 기절하겠다. 기업에 대해 알고 보증을 서야 하는데 정확하게 알고 있었나 모르겠다”라며 “한 푼도 아니고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이에 대해 김영학 무보 사장은 “2014년부터 온코퍼레이션 부실 가능성을 인지하고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특별 모니터링과 리스크 관리를 시행했다”라며 “하지만 온코퍼레이션이 이미 상당히 부실화된 상태였고, 채권 회수를 통해 손실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어떻게든 손실을 회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정 의원(산자위·더불어민주당)도 무보가 현재 해외에서 받지 못한 악성 채권액이 1조3000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회수율은 매년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곽대훈 의원(산자위·새누리당)도 “모뉴엘 사태가 발생한지 불과 1년반 만에 또 다시 사고가 발생한 것은 무보가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산자위 국정감사는 KOTRA, 산업단지공단,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전략물자관리원에 대한 질의도 함께 진행됐다.
홍의락 의원(산자위·무소속)은 KOTRA를 상대로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에 따른 수출 영향 최소화 대책을 주문했다. 또 전기설비 내진 강화 대책,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 물자 수출 모니터링 대책 등도 도마에 올랐다.
장병완 산자위원장(국민의당)은 의원 질의에 앞서 “온코퍼레이션 사태는 무보의 실적 부풀리기로 3년 연속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라며 “무보와 KOTRA가 수출 진흥이라는 본연의 업무와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검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