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게이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오히려 디젤 라인업을 보강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이 주춤한 사이 그 틈을 비집고 디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GM은 미국에서 디젤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일본 디젤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GM(지엠)은 내년 신형 쉐보레 크루즈에 디젤 라인업을 추가한다. 지난해 쉐보레가 북미 시장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신형 크루즈는 8년 만의 신모델로, 1.4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쉐보레는 가솔린 모델에 더해 내년 디젤 모델도 출시키로 했다. 국내에서는 내년 초 가솔린 신형 크루즈가 출시될 예정이며 쉐보레가 디젤 추가 발표 계획에 따라 국내에서도 디젤이 향후 추가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최근 북미 지역에서 공개한 SUV 에퀴녹스(Equinox)는 2018년까지 총 3개의 터보엔진 모델을 순차적으로 출시한다. 1.5리터 가솔린 터보 모델이 먼저 나오고 2.0 가솔린 터보에 이어 1.6 터보 디젤 모델이 출시될 예정이다.
쉐보레가 북미지역에서 디젤 라인업을 추가하는 이유는 디젤 게이트로 발생한 폭스바겐의 공백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유럽 자동차 업체들은 디젤의 불모지로 불린 일본의 디젤 자동차 시장에 출사표를 내밀었다. PSA그룹은 지난달 7월 푸조, 시트로엥, DS 디젤 라인업을 일본에서 출시했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강력한 디젤 퇴출 정책을 펼친 덕에 2010년 디젤 자동차의 신차 점유율은 0으로 떨어졌다. 유로6 이후 디젤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개선된데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 차량보다도 적은 점 때문에 최근에는 점유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폭스바겐조차 일본 판매 실적 개선을 위해 골프와 티구안 등 디젤 라인업 출시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디젤 자동차는 여전히 강세다. 지난해에는 디젤 승용차가 가솔린 승용차 신규 판매량을 넘어섰으며 올 들어 디젤 게이트 영향으로 디젤 판매량이 다소 줄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8월까지 가솔린 승용차 누적 신차 등록량은 50만2457대로, 디젤 41만9048대보다 20%가량 많다. 그러나, 디젤 베스트셀러인 폭스바겐의 유로6 모델 인증 취소에 따라 판매가 중단된 것을 감안하면 다른 브랜드의 디젤 차량은 여전히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디젤은 물론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량이 줄어들겠지만 몇 년간은 디젤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며 “디젤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곳까지 디젤 인기가 높아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