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전만해도 이공계 취업이 `하늘에 별 따기`던 시절이 있었다. 이공계 살리기가 언론 단골메뉴일 정도였다.
하지만 기술이 미래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산학협력이 이공계 중심으로 이뤄졌다. 창업 지원도 대부분 기술을 갖춘 이공계가 대상이다. 문과 전공자는 취업이나 창업,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지난 1학기 말부터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생활과학대학 앞에 푸드트럭 두 대가 등장했다. 트럭 한 대는 밥을 팔고 다른 한 대는 커피, 음료, 샌드위치를 제공한다.
생활과학대 위치는 언덕으로 유명한 한양대에서도 높은 편에 속한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밥 먹겠다고 다시 학교 밖으로 나가기 쉽지 않은 곳이다. 간단하게 때우려는 수요가 높다. 오후 두 시면 학생식당이 문을 닫아 늦은 점심을 하결하려는 학생에게 인기다.
상호는 `하이쿱(HYCOOP)`이다. 정식 명칭은 `하이쿱협동조합`이다. 한양대 재학생이 주축이 돼 설립했다. 노수영 학생(경영학3)이 이사장이다. 푸드트럭 운영은 마케팅이사인 최연경 학생(경영대3)이 맡고 있다.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에서 장소와 출자, 운영 노하우 등을 제공한다. 담당 교수 주도로 관련 학과 협력도 이끌어낸다. 실내디자인학과가 트럭을 꾸미고 의류학과가 에이프런과 모자를 디자인 중이다. 식품영양학과는 새로운 메뉴를 고르고 있다.
밥차는 산합협력 기업인 쉐프리가 돕는다. 멘토 쉐프도 배정했다. 주 메뉴는 볶음밥이다. 김치볶음밥을 비롯한 세 가지가 전부다. 고객 의견을 반영해 가장 인기 있는 메뉴만 남겼다. 불필요한 재고를 없애기 위해서다.
최 이사는 “기존 상권을 고려해 학생식당이나 편의점과 메뉴가 겹치지 않도록 정했다”면서 “푸드트럭 운영에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고 재학생 대상 설문조사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커피, 음료, 샌드위치는 최 이사가 담당한다. 요리학원까지 다니면서 직접 배웠다. 트럭은 중고로 구매했다.
최 이사는 아침부터 오후까지 푸드트럭에서 일한다. 그렇다고 휴학생은 아니다. 창업했다고 학업을 중단하지는 않았다.
한양대 현장실습 프로그램인 `하이웹(HY-WEP)`이 있어 가능했다.
하이웹은 현장실습에 참여하거나 창업한 학생의 학점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방학 기간을 이용한 단기 프로그램과 학기 중 16주를 쓸 수 있는 장기 프로그램이 있다.
최 이사는 “푸드트럭으로 문과 전공이지만 사업에서 가능성을 봤다”면서 “재학생을 위한 도서나 준비물 저가 판매 등 여러 사업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정진하 한양대 산학협력단 부교수는 “푸드트럭은 문과 학생을 중심으로 한 대학 창업지원 결과물”이라면서 “내년에는 미리 메뉴를 주문하는 앱을 개발하는 등 공대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창선 성장기업부(구로/성수/인천) 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