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시간 점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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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나이키는 최대 경쟁자로 아디다스나 리복 같은 스포츠용품 회사가 아니라 닌텐도를 지목했다. 나이키가 고성장 시대를 지나 회사 는장률이 둔화되자 경영 환경 종합 분석에 나선 결과다. 나이키의 최대 고객인 청소년을 운동이 아닌 게임에 잡아 두는 닌텐도나 소니 같은 게임 회사가 회사 성장을 막는 경쟁 기업임을 깨달았다. 고객의 여가를 나이키가 차지할지 닌텐도가 차지할지를 두고 싸워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이다. 나이키는 경쟁 상대 개념을 시장 점유율(Market Share)이 아닌 고객의 시간 점유율(Time Share)로 봤다. 기업이 처한 상황을 이전과 다른 접근법으로 분석했다.

`시간 점유율`은 업종 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최근 시장 상황에서 중요성이 높아진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캠핑 붐이 일면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량이 증가한 것만 봐도 그렇다.

자동차 업계가 처한 상황은 어떤가. 구글과 애플 등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최대 경쟁자로 등장했다.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등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커넥티드 사회다. 고객이 구글과 애플의 운용체계(OS) 사용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한다면 자동차는 주도권을 잃게 된다.

고객의 시간을 두고 자동차 업계가 주목해야 할 변화가 또 있다. 바로 `공유경제`다.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빌려 타는 `카 셰어링`이 확산된다면 당장 자동차 업계는 수익 감소를 고민해야 한다. 이미 자동차 구매 첫 고객층인 20~30대를 중심으로 카 셰어링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시대 변화를 자동차 판매량을 떨어뜨리는 경영 환경의 변화로 볼 것인지 경쟁자로 인식할 것인지에 따라 대응 방안도 나뉠 것이다. 지난달 29일 파리모터쇼에서 벤츠와 BMW가 반응했다. 카 셰어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강조하고 전략을 소개했다. 시장 점유율이 아닌 시간 점유율로 시장을 확장해 본 것이다. 이미 대세가 됐을 때 대응하면 늦다. 우리 자동차 업계도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노조 파업 등 한시 요인뿐만 아니라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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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가 파리모터쇼에서 `CASE` 전략을 발표했다. CASE는 커넥티드, 자율주행, 셰어링, 친환경의 약자다. 사진 제공= 메르세데스-벤츠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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