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약방의 감초` 격으로 불려 다니는 것을 보면 기쁘면서도 서글픔을 느낀다. 대체 언제부터 우리가 AI 같은 것에 관심을 두었는가. 명백히 구글 알파고와 이세돌 9단 간 바둑 대결을 보고 난 뒤 일게 된 관심이다.
닌텐도 `포켓몬 고` 열풍을 보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가상현실(VR) 다음에야 올 줄 알고 있던 증강현실(AR) 세상이 갑자기 찾아온 것에 실무 담당자들조차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불과 3년 전 기자가 자동차 산업을 취재하러 돌아다닐 때만 해도 자율주행차는 영화에나 나오는 이야기로 치부됐다. 구글이나 메르세데스 벤츠가 자율주행차 개발을 한다고 하자 그제야 국민 관심이 일고, 정부도 부랴부랴 챙긴다.
불과 몇 년 후면 AI나 AR 인기에 버금가는 현재 양자 기술의 처지를 보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너무나 중요한 기술임에도 찬밥 신세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조차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인 `양자역학`을 이용하는 통에 지나치게 어렵다는 비난만 받는다.
미래 언젠가 구글이나 애플이 휴대폰과 사물인터넷(IoT) 기기에 양자암호통신을 적용, 도청이나 해킹이 불가능해졌다고 발표하면 국민들의 관심을 받을까.
록히드마틴 같은 회사가 양자컴퓨터를 들고 나와 기존 슈퍼컴퓨터를 대체할지도 모른다. 일본이나 중국 업체가 초정밀 양자GPS를 출시, 세계를 석권할 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3일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 공업대 영예교수가 일본의 스물 다섯 번째(미국 국적 포함) 노벨상 수상자라는 발표가 나오자 우리나라에서 나온 주요 반응은 `부럽다`와 `기초과학 강조`였다.
노벨상을 탈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려면 유행이 아니라 중요도에 따라 꾸준한 기초 투자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왜 노벨상 수상자 발표 때만 하게 되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세계 수준의 연구 성과를 바라는 마음과 유행을 따르는 마음의 간극이 너무 커서 아찔한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다. 양자기술이 뒷북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