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희 기자의 날] `사이다` 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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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시즌이다. 국감은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예산을 정당하게 집행해 쓰는지 감시하는 자리다. 올바른 정책 방향과 대안도 제시한다. 입법 기능 못지않게 중요하다.

20대 국회 첫 국감이다. 국감은 국민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이자 민심 잡기에 좋은 무대다. 여소야대 국회 첫 국감이자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이라 예년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다. 전체 300명 의원 가운데 132명이 초선이다. 많은 의원이 추석 연휴도 반납하고 의욕을 불태웠다. 국감 신인 스타 탄생 여부도 주목된다.

우려스러운 대목도 있다. 올해 국감 주연은 사실상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국회 운영위원회 기관 증인으로 채택된 우 수석의 출석여부가 관심사다. 우 수석이 출석하면 각종 의혹과 거취를 둘러싼 치열한 여야 공방이 예상된다. 출석하지 않으면 파행이 뻔하다. 사드 배치 결정과 북한 핵실험에 맞설 해법을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다. 이들 이슈가 국감 무대를 점령하면 민생 경제 현안은 조연이다. 조연이라도 되면 다행이다. 무대 밖으로 밀려날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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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기업인 증인·참고인 채택은 역대 최대가 될 전망이다. 재벌총수, 구조조정기업 수장 줄소환이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소 150명은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물론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외에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등 조선 빅3 수장도 한자리에 모일 예정이다. 단말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개정안을 필두로 통신 3사 수장도 증인채택을 검토 중이다. 내수와 수출 차량 품질·가격 차별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거론되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농해수위에서는 김영섭 LG CNS 대표가, 환노위에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와 라케시 카푸어 옥시본사 대표 등이 일반증인으로 확정됐다.

정부 정책 질의 과정에서 기업인 출석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대부분이 기업 활동에 관련한 것을 두고 채찍질한다. 기업인 감사다. 하루 종일 대기하곤 10초 답변한다. 너무 많이 불러서 복도에 신문지 깔고 앉아서 기다려야 할 판이다. 기업을 타깃으로 한 국감 `갑질`이 또다시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국감을 앞두고 의원실 보도 자료도 쏟아진다. 엄청난 비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내용을 보면 논리가 없다. 억지다. 사전자료로 기업인은 물론 공직자에게도 고압적 태도로 으름장을 놓는다. 생색내기 감사를 지양하겠다고 한 여야 약속이 이번에는 지켜지길 바랄 뿐이다.

병든 몸을 약 하나로 고칠 순 없다. 정부와 국회의원, 그리고 기업인까지 모두가 건설적이고 집중적인 질의와 심도 있는 의견교환으로 국가 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 날 선 공방에 국민이 통쾌함과 박수를 보내는 `사이다` 국감을 기대해 본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