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제대로 보자]〈1〉우리나라 통신비가 세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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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비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회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통신사는 폭리를 멈추고 통신비를 인하하라`는 요구가 빗발친다. 하지만 정말 통신사는 폭리를 취하고 우리나라 통신비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일까.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다. 자칫 세계 최고라고 자부하는 국내 통신 인프라를 망가뜨리고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망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논란의 본질을 차분하게 살펴볼 때다. 사진은 지난 8월 2일 최재유 미래부 차관(오른쪽 아래)이 용산역에서 알뜰폰 상담을 받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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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 요금을 비롯해 통신비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해마다 반복된 통신비 논란이 이동통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 시행 이후 고조되고 있다.

이통사가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요금은 `찔끔` 인하하며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묘사된다. 국회를 비롯해 정치권은 서민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통신비 인하 등 포퓰리즘 정책으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통신비에 대한 합리적 판단과 이해가 절실하다. 몰이해와 왜곡된 시선이 지속되는 한 소모적 논란은 재현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통신비에 대한 바람직한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시장 원리가 아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통신비가 인위적으로 내리기를 바랄 게 아니라 이용자가 통신비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이용자 스스로 통신비를 절감하기 위한 첫걸음이자, 비결 아닌 비결이다.

국가간 비교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통신비는 결코 비싼 게 아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통신환경에서 마음껏 통신생활을 누리는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통신비 논란의 본질과 정보통신기술(ICT) 텃밭을 지속적으로 일굴 합리적 대안에 대해 5회에 걸쳐 살펴본다.

〈1〉우리나라 통신비가 세계 1위?

`2015년 OECD 디지털 이코노미 아웃룩`에 따르면, 우리나라 통신비는 5개 그룹 모두에서 34개국 가운데 중상위권을 기록했다.

4그룹(900통화+2GB)이 19위로 가장 낮은 반면 1그룹(30통화+100MB), 2그룹(100통화+500MB), 5그룹(100통화+2GB) 모두 8위로 상위권에 포진했다. 다섯 그룹 모두에서 2012년보다 순위가 상승했다. 우리나라 통신비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국가별 물가와 소득수준 차이를 제거한 `구매력평가 환율(PPP환율)`로 환산하면 5개 그룹 모두 OECD 평균 대비 작게는 15.3%, 많게는 38.8% 저렴했다.

하지만 통계 허점과 통신환경을 고려하면 순위는 달라져야 한다.

우선, OECD 통계 기초가 되는 국가별 평균 가구원 수가 다르다. OECD 평균이 2.5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2.7명이다. 통신비가 7.4%가량 높게 산정된다.

가계통신비 통계가 순수하게 통신요금만 반영하는 지도 의문이다. 가계통신비 통계에는 이동전화와 유선전화, 초고속인터넷 이용요금과 휴대폰, 유선전화 등 통신장비 구입비용, 소액결제금액까지 모두 포함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유독 통신소비량이 많다. 시스코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월평균 1인당 데이터 사용량은 2563MB로 일본(3202MB)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단말도 자주 교체한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평균 15.6개월로, 2위 칠레(17.3개월)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

또, TNS 인프라테스트와 구글이 공동발표한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83%로, 아랍에미리트와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4위다.

통신비 산정 공식에 포함되는 항목에서 세계 최고 수준 소비량을 보인 것이다. 통신비가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무심코 소액결제한 사실을 잊고 `통신비가 비싸다`고 말하는 일이 잦다.

국민 대다수가 고가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다 자주 교체하며, 데이터까지 펑펑 사용하는데 통신비가 낮게 나온다면 그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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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상한 일`을 국내 통신사는 해내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순수한 통신요금을 의미하는 `통신서비스` 항목은 최근 3년간 하락세다. 가구당 월 통신서비스 지출은 2012년 14만5400원에서 2013년 14만3100원, 2014년 12만6300원, 2015년 12만4700원으로 해마다 내렸다. 3년 만에 2만원 이상 하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휴대폰 등 통신장비는 6700원에서 2만2700원으로 3.3배 급증했다.

가계소비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12년 6.2%에서 2013년 6.16%, 2014년 5.89%, 2015년 5.76%로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통신은 소비자물가지수(2010=100) 통계에서도 유일하게 매년 하락하는 지출품목이다. 2010년을 100으로 볼 때 해마다 지수가 하락해 지난해 95.46을 기록했다.

세계 최고 수준 통신환경을 구축한 우리나라에서는 통신이 단순히 통화나 인터넷 서핑 활동에 그치지 않고 금융·교육·오락·SNS·위치기반서비스·사물인터넷 등이 가능한 만큼 통신비 개념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KICI)이 지난해 6월 전국 성인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스마트폰을 최대한 활용할 때 나오는 편익이 11만1759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달 4만~5만원의 통신비를 내고 이만한 경제적 편익을 누린다는 의미다.

 

<OECD 통신비 국제요금비교 결과(2014년 기준)>

OECD 통신비 국제요금비교 결과(2014년 기준)

<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 변동 추이(2010=100)>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 변동 추이(2010=100)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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