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총장 강성모)는 학내 연구팀이 수학의 공간채움 원리를 이용, 기존 소재보다 2000배 이상 높은 유전상수를 갖는 전자기파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유전상수는 소재의 전기 성질 가운데 가장 기본이 되는 성질이다. 물질 내부의 전하 사이에 전기장이 작용할 때 전하 사이의 매질이 전기장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는 단위다. 진공상태의 유전상수는 1, 가장 큰 광대역 유전상수는 최대 1600 수준이다.
연구팀은 수학의 공간채움 구조를 전자기 소재에 대입, 피뢰침처럼 좁은 영역에서만 발생하는 강한 유전분극이 메타물질 공간 내부 전체에 밀집돼 나타나게 만들었다. 또 공간채움선의 방향을 조절, 밀집된 유전분극이 서로 상쇄하지 않고 합쳐지도록 조절했다. 이를 통해 300만 이상의 큰 유저 상수를 얻는 데 성공했다.
유전상수가 320만이면 이 물질을 활용한 축전지 전기 용량은 진공에 비해 320만배 커진다. 전자기파 흡수 비율이나 방출 속도도 320만배 커진다. 굴절률은 약 1800배가 돼 이 소재 안에서 빛의 속도는 1800배 느려지고 파장은 1800배 짧아진다. 이를 통해 렌즈 소자를 1800배 작게 만들 수 있고, 기존의 이미징 장치에 비해 1800배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아주 얇은 막으로 전자기파를 원하는 방향으로 반사시키거나 흡수할 수 있어 전투기나 함정에 씌워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도록 하는 스텔스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5G폰용 안테나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시광선에 이 원리를 적용하면 바이러스를 직접 볼 수 있는 수준의 분해능이 높은 현미경을 비롯해 다양한 응용이 기대된다.
개발에 참여한 신종화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간단한 수학 및 물리 원리가 혁신 성능의 신소재 개발로 이어졌다“면서 ”기초 원리의 중요성을 확인한 값진 경험이었다”며 의미를 뒀다. 신 교수는 이 원리를 기반으로 신소재 개발을 지속할 계획이다.
대전=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