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우의 성공경제]<41>사즉생(死則生) 경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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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주자는 대부분 극한의 불확실성과 상대해 성공을 건저 올려야 한다. 이러한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종종 `죽고자 하는 마음으로 극한의 일에 임하면 오히려 승리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즉생의 역설이 강조되곤 한다. 이 역설은 매번 극한의 전투 상황에 임해야 하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한 말로도 유명하다.

“죽을 각오로서 싸운다면 전투에서 이겨 살아남을 것이요, 살고자 하는 마음만으로 전투에 임한다면 그 전투는 패할 것”이라는 말이 21세기 선발형 경영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바로 극한의 경영 환경에서 비롯된 절박함 때문이다.

한 기업의 사례를 들면 그 기업은 좁은 내수 시장에서 뜻을 펼칠 수 없어서 일찍부터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에서 일궈 낸 성공 자산을 동원해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출시했지만 내 나라가 아니어서 그런지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기를 4~5년, 도저히 가능성이 보이질 않아 철수했다. 하지만 국내에 앉아서는 미래가 없어서 또다시 도전,. 새로운 상품을 계속해서 선보였다. 하지만 역시 일본 시장은 움직이질 않았다. 그러기를 또다시 5년여 지속하던 어느 날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날벼락이 떨어진다.

그동안 4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한 터여서 한국 본사를 비롯한 모든 임원은 내심 철수를 당연하게 생각했다. 일본 진출을 직접 진두지휘해 온 창업자는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하는 절박감 속에서 만감이 교차한다. 그때 번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실현시킨 것이 오늘날 전 세계 5억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한 라인(Line)이라는 글로벌 사회관계망(SNS) 서비스다.

이러한 사즉생 경영은 비록 쉽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기 때문에 극한의 상황을 성공으로 반전시킬 수 있다.

첫째 자기 정체성을 명료하게 만든다. 위험도가 매우 높고 언제 잘못될지 모르는 위기 상황에서 누구나 걱정과 근심에 휘둘릴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오히려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다. 즉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 수 있게 된다. 리우 올림픽 경기 중에 양궁, 사격, 골프, 펜싱 등에서 실감했듯이 절박한 상황에서 패배의 걱정을 내려놓고 자기 리듬과 스윙을 유지하는 것이 승리의 비결이 된다. 이세돌, 조훈현 같은 바둑 명장들도 `질 때 지더라도 후회 없는 바둑을 두자`라는 자세로 절박한 상황을 승리로 반전시키곤 했다.

둘째 자유로 인해 더 많은 대안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아무것도 잃을 게 없을 때 뜻하지 않은 자유가 주어진다. 기존 규칙을 무시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주어지며, 창의 대안으로 기득권을 깨뜨릴 수 있다. 고난과 역경이 낳은 절박함이 바람직한 효과를 낳는 역설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좋은 사례다. 다윗은 잃을 게 없었기 때문에 골리앗이 설정한 규칙을 비웃고 전혀 다른 싸움 방법으로 단숨에 승리를 낚아챘다. 극한 상황이 만들어 낸 절박함이 오히려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전혀 다른 창조 시각으로 보게 한다.

셋째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경쟁에서 내가 먼저 살려는 방식은 `너 죽고 나 살기`식 이전투구 경쟁심을 조성한다. 그러나 내가 죽어도 대의를 지킨다는 자세는 `남을 살려 내가 사는` 지혜를 낳고, 결국에는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생태계 속에서는 상호 협력의 상승 작용이 일어나고, 기대하지 않은 행운(?)도 따름으로써 큰 성공을 일궈 낼 수 있다. 요즘 온라인과 모바일 상에서 유행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는 고객들과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 필수이며, 이를 위해 고객을 위한 사즉생 경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사즉생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죽고자 하면 반드시 죽임을 당할 확률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손무는 전쟁에 돌입하면 반드시 닥치는 5가지 위태로움 가운데에서 첫 번째로 `용기가 지나치면 죽임을 당한다`는 필사가살(必死可殺)의 위험을 꼽았다.

이에 따라서 사즉생 경영은 생존 전략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반드시 살아남을 수 있는 방책을 마련해 놓든가 지는 싸움은 과감히 피하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이순신 장군의 눈부신 전승 업적은 용기로만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임금이 출격 명령을 해도 꿈쩍하지 않는 결단력과 생존 전략으로부터 일궈 낸 것이다. 선발 주자는 용기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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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우 경북대 교수·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