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보기술(IT) 기업은 반도체와 휴대폰이 주력 사업입니다. 이 분야 빼고는 한국을 대표할 만한 다른 IT그룹이 없습니다. `라이다` 분야에서 세계적인 한국 기업을 키워보고 싶어 창업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김기종 전 케이티인포텍 사장이 벤처기업 `정상라이다`를 이끄는 최고경영자(CEO)로 돌아왔다. 김 사장은 국내 정보기술(IT) 역사의 산 증인이다. 이력도 화려하다.
케임브리지 삼성리소스 부사장, 오픈타이드 대표, 삼성SDS 상무, 케이티인포텍 사장, MTGI 회장 등을 역임했다. 당시 국내 최초로 SAP 전사적자원관리(ERP)를 도입해 기업 업무 프로세스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놓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 X레이를 도입해 국내 병원 시스템의 진료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제 일을 놓을 때도 됐지만, 그는 예전에 몸 담았던 대기업과는 전혀 다른 길인 창업에 도전했다.
2년여 전 미국에서 재충전 시간을 갖는 동안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인 라이다 매력에 흠뻑 빠지면서부터다. 김 사장은 “자율주행이 미래 먹거리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이 분야에서 승부를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라이다는 최근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이다. 현재 자율주행차는 구글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2014년 말 한국전자통신연구원으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연구소기업 `정상라이다`를 설립했다.
회사를 설립한 지 2년도 채 안 됐지만, 업계가 주목할 만한 성과도 냈다.
세계 최고 수준 해상도와 최장 거리 인지 능력을 갖춘 자율주행 자동차용 2D·3D 라이다 센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기존 구글 무인자동차에 장착된 해외 경쟁업체의 라이다센서는 고해상도를 얻기 위해 64개나 되는 레이저 다이오드와 동일 개수의 수신 렌즈를 설치해야 했지만, 정상라이다는 렌즈 1개로 신호 송수신이 모두 가능한 모듈을 만들었다. 현재 워킹 샘플을 출시하고 하반기에 제품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대당 1억원에 달하는 경쟁사 제품의 절반 수준으로 양산이 가능하다.
제품이 나오기까지 고충도 많았다.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는게 녹록치 않았다. 당시 여러 곳을 두드렸지만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투자 자금 회수가 목적인 벤처캐피털(VC)에게 스타트업은 관심 밖이었다.
하지만 이후 제품이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정상라이더를 찾는 VC가 줄을 이었다. 제품을 달라는 곳도 많아졌다.
김 사장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제품성을 인정받겠다는 생각이다.
그는 “제품 판매도 글로벌하게 시작할 것”이라며 “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최대 가전박람회(CES)에 참가해 제품을 널리 알릴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앞으로 라이다에 인공지능(AI)을 접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미국 구글에 필적할만한 세계적인 IT 기업으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