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위한 논의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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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아침 공기가 선선해지면서 폭염으로 기억될 올 여름은 가을에 자리를 내주고 물러났다. 하지만 누진제를 중심으로 한 전기요금 개편 논의는 아직도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에너지 절약을 위해 누진세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과 사용량 기준으로 요금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러나 원자력과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공급 체계에서 벗어나 신재생 에너지 역할과 발전 방향에 대한 사회 합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최근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 연구그룹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G20 국가에서 수력을 제외하고 풍력,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5년 사이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나라별 신재생 에너지 보급률을 살펴보면 신재생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독일이 36%로 가장 높은 가운데 영국 24%, 이탈리아 21%, 프랑스 19%, 브라질 13%, 호주 11% 등 수준을 보인다. 반면에 한국의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G20 평균인 8%에 비해 현저히 낮은 1%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낮은 신재생 에너지 보급률은 과거 제조업 위주 산업 부흥과 강력한 전기 요금 인상 규제로 조선, 철강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의 에너지 수요(주로 전력 공급)가 급증하면서 경제성 우선의 원자력이나 석탄화력발전 공급을 빠르게 확대한 결과다. 최근까지도 이러한 기조는 지속됐다. 제7차 전력 수급기본계획(2015년 발표)에서도 2029년 피크 기여도(발전설비) 기준으로 발전원별 비중을 석탄화력 32.3%, 원전 28.2%, LNG 24.8%, 신재생 에너지 4.6% 등으로 설정했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유가 변동성에 노출돼 경제 운영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점차 증대되는 발전소, 송·배전 시설 등에 대한 사회의 수용성 저하로 국가 차원의 논쟁을 야기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분담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전력 소비자의 인식 전환과 함께 정책 지원, 관련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에서도 무엇보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내 시장 활성화가 중요하다. 현재 상황을 보면 국내 시장은 2015년에 태양광 746㎿, 풍력 239㎿ 등 신재생 에너지 설치량이 1GW를 넘어서면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130GW의 전 세계 규모 대비 0.77%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가장 빠른 성장세인 태양광도 1.3%에 그친다.

에너지 신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풍력, 지열, 태양전지 등 다양한 신재생 에너지 기술 개발 및 투자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태양전지 산업은 LG전자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꾸준한 투자와 기술 개발로 세계 공급량의 11% 정도를 담당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집중 육성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해가 있거나 바람이 있어야 발전하는 간헐 발전원인 신재생 에너지의 단점 보완과 전력 공급의 안정성 유지를 위해 전기저장장치(ESS)를 육성하면 융·복합 신재생 에너지 산업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우리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확대 의지가 약하다고는 할 수 없다. 2010년에는 저탄소 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한 토대를 갖췄다. 지난해 파리협약에서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전망치(851백만톤) 대비 해외 감축분 11%를 포함한 37% 절감 목표를 제시하면서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저감 노력에 동참할 것을 선언했다. 특히 발전 부문이 온실가스 발생량의 45%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제시한 목표이기 때문에 신재생 에너지를 포함한 정부의 청정에너지 정책 의지는 확고하다고 할 수 있다.

확고한 정책 기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기업들, 미래를 위한 산업 구조 개편의 필요성 등 신재생 에너지의 에너지 분담률이 늘어나야 한다는 공감대는 넓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1%대로, 비대칭 구조라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미래 에너지 비전 및 실행 방안에 관해 정부, 국회, 학계, 산업계, 소비자 등 다양한 이해 계층이 동참하는 깊이 있는 연구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상봉 LG전자 B2B부문장 겸 에너지사업센터장 사장 b2bofficer@l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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