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가 방방곡곡을 누비며 만든 대동여지도는 단연 우리 역사상 최고 지도다. 크고 자세할 뿐만 아니라 쓰기 편리하게 제작된 지도다. 전체 크기는 6.7×3.8m로, 한 장의 종이 위에 그릴 수 없다. 남북 22단으로 나뉜 한 단이 각각 하나의 책자 형태로 나누어졌다. 이 책자 하나를 `첩`이라고 한다. 한 첩에 담긴 지도를 펼치면 한반도 동서가 펼쳐진다. 연이은 첩을 상하로 잇대면 남북이 이어진다. 도면 글씨를 줄이고 기호화된 지도표로 표기했다. 능, 역, 산성 등의 명칭을 기호로 적었다. 산줄기의 굵기로 산의 크기와 높이를 짐작토록 했다.
축척은 어느 정도일까. 학계에서는 대동여지도 제작 당시 거리 기준으로 10리를 4.2㎞와 5.4㎞로 보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이에 따라서 축척은 1대 16만 또는 1대 21만6000이 된다.
조선을 침탈한 일제조차 지도의 정확성에 감탄했다. 경부선 철도를 부설하기 위해 전국을 측량, 1대 5만 지도를 만들었는데 대동여지도와 별 차이가 없었다. 청일전쟁, 러일전쟁 당시 군사용으로 사용했다고도 알려졌다.
구글은 한국 정부에 우리나라 지도 데이터 활용을 요청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공간정보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보안성 검토를 마친 1대 2만5000 영문판 수치지형도(지도데이터)를 개방했다. 당시 구글 외 노키아 등 다수 다국적 기업이 정부에 국외 반출을 요청한 결과다. 이후 해당 지도 데이터 활용은 미비했다. 내비게이션 등 상업용으로 활용하기에 축적 비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구글이 요청한 지도데이터의 축척 비율은 1대 5000이다. 다양한 용도로 사용 가능한 정밀 지도 데이터다.
우리가 갖고 있는 지도 데이터의 품질은 높다. 다양한 소프트웨어(SW)를 운용·테스트할 수 있는 수준이다. 세계 수준의 지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전국을 1대 5000, 시가지는 1대 1000까지 구축했다. 지도와 연결된 상세한 정보도 상당히 잘 갖췄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부가 서비스 창출이 가능하다. 축척이 커질수록 추가로 만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은 더 많아진다.
다국적 기업이 주안점을 두는 분야가 바로 고품질이다. 지도 데이터는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힘을 발휘한다. 드론과 자율주행차가 대표 사례다. 이런 장치를 상용화하고 제대로 운용하려면 정밀 지도는 필수다. 드론이나 자동차 제조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지도가 뒷받침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SW 분야에서 우리는 아직 구글을 앞서지 못한다. 여기에 지도 데이터까지 활용토록 허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과 예측은 그리 어렵지 않다. 지도 데이터는 위치기반 앱, SW, 서비스를 위한 기초 자산이다. 구글 지도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 선탑재된다. 이용자가 직접 내려받아야하는 장벽이 없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구글 모바일 운용체계(OS)인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압도하는 수준이다. 구글 지도 종속성이 강화되면 공간 정보 데이터를 생산, 구축, 관리하는 국내 업체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국내 업체가 SW 기술력을 키울 때까지 만이라도 고품질 데이터로 핸디캡을 보완해야 한다. 애초 출발점이 다른 경쟁자와 대동(한반도)여지도를 공유하기에는 다소 무리다.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윤대원 SW콘텐츠부 데스크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