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날씨를 경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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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이사한 지인이 에어컨을 새로 구매했다. 폭염에 열대야까지 겹쳐 하루라도 빨리 에어컨을 설치하고 싶었지만 주문이 밀려 6일이나 걸렸다고 했다.

8월 말인 데도 주요 제조사의 에어컨 생산라인은 여전히 풀가동이다. 예년 같으면 에어컨 생산은 벌써 중단하고 일부 만들어 놓은 제품만 판매할 시기다. 하지만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여전히 생산라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올 여름을 관통하는 대표 키워드는 `폭염`이다. `이상 고온` `기상청 오보` 논란도 뜨거웠다. 사람들은 예상을 벗어날 때 많은 불편을 느낀다. 그만큼 우리나라 날씨가 변화무쌍하고 예측이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올해 국내 에어컨 판매는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230만대로 추정된다. 국내 에어컨 판매 대수는 역대 최고치다. 삼성, LG 같은 에어컨 제조사는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업계는 오래전부터 에어컨 장사를 `천수답`에 비유해 왔다. 제품 특성보다 날씨에 따라 실적이 엇갈려 왔다는 것이다. 사실 올해 폭염을 정확히 예측했다면 에어컨 생산 계획, 부품 확보, 물류와 설치기사 운용이 훨씬 쉬웠을 것이다.

`날씨 경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기후에 영향을 크게 받는 전통의 농업 및 어업뿐만이 아니다. 제조업도 예외일 수 없다. 올 여름에 에어컨이 특수를 누렸지만 비가 적게 오면서 제습기 판매는 오히려 주춤했다. 한쪽이 좋으면 다른 편에는 그늘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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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무덥지만 이제 김치냉장고 시즌이다. 제조사와 가전유통사는 지역별로 날씨와 습도, 배추 등 김치 재료의 출하 시기를 따져본다. 이를 지도에 등고선처럼 표시, 권역별 집중 할인 판촉전을 준비한다.

나름대로는 과학 방식 접근이지만 올해 김치냉장고 전체 판매량이 어떨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날씨를 정확히 예측한 제조사와 유통사에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날씨 경영`을 위해서는 정확한 예측이 우선이다. 기상청의 예보는 물론 다양한 루트로 날씨 정보를 얻어야 한다. 해외 판매까지 생각한다면 남극과 적도의 기상, 주요 거점 도시의 상황까지 챙겨 봐야 한다. 그래야 지역별 주요 제품 출시와 마케팅 전략을 짤 수 있다.

날씨에 순응하며 제품 전략을 짜는 것은 소극 방식이다. 기상 변화에 맞춰 신제품을 기획하고 이를 최적 시점에 출하하는 전략까지 갖춰야만 승자가 될 수 있다. 비가 많이 올 것으로 예상되면 우산 생산량을 늘리고, 한파가 예상될 때 두터운 외투 판매를 촉진하는 식의 대응이 가전업계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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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E_휘센듀얼에어컨

사람들의 생활이 윤택해질수록 날씨 민감도는 점점 높아진다. 단순한 의식주 해결을 넘어 새로운 욕구가 커지기 때문이다.

확실한 점은 있다. 어떤 날씨 상황이든 에너지 소모가 적은 친환경 제품은 앞으로도 크게 주목받을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 소모가 적은 제품은 소비자에게 만족을 줄 뿐만 아니라 주요 마케팅에서도 유리하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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