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에너지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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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난히 무더운 여름을 보내면서 과거 순환 단전 사태 때 같은 전력요금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전력 시장에 대한 시각을 살펴보면 원자력 발전으로 대표되는 공급 증가나 전력 요금을 축으로 하는 수요 감축 방안 등 단편 정책만이 논의돼 왔다.

그동안 전력 에너지 문제는 공급 확대 위주로 해결 방안을 강구해 왔으며, 최근에서야 수요 반응(DR) 같은 수요 측면에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나라 전력 공급은 화력과 원자력 비중이 가장 높은 상황이다.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원전 2기를 추가 증설키로 하는 등 대규모 공급 위주 정책이 실시됐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공급 확대 정책은 아직 미흡하다. 수요 관리 측면에서는 이번 여름에 논란이 된 전력요금 누진제 등을 통한 강제성 수요 억제책이 주로 있었다. 그나마 조금 진전된 DR관리 시장 규모도 아직은 초보 단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전력 공급 측면에서 화력 발전은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자력은 안정성, 폐기물 및 폐로 비용 등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고압 송전선 건설 문제도 해결 과제로 대두된다.

대안으로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산과 분산형 전원 도입이 제시되고 있다.

수요관리 측면에서는 DR 이외에도 네가와트 시장 활성화와 에너지 저장장치(ESS) 보급 확대, 더 나아가 전력 소매시장 자유화도 고려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은 개별 시행이 되고 있을 뿐 시장 자율 원리에 의한 하나의 시스템 내에서 수행되고 있지는 않다. 어느 분야에서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가장 훌륭한 메커니즘은 시장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에너지 분야도 국민에게 기본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개념을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을 갖출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장 기능 효과를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망이 통신망, 단말, 콘텐츠 기반으로 개방형 플랫폼을 구성하고 있는 것과 유사하게 전력망도 송배전망, 단말(스마트미터와 발전 및 전력사용설비), 전력(콘텐츠)으로 구성돼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 초창기 환경을 되돌아보면 망 구축 사업자가 모든 조정 권한을 거머쥐고 시장을 조정하고 있었다. 그때는 콘텐츠 제공자도 망 사업자의 프로토콜에 맞춰야 했고 자유로운 시장질서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웹으로 대표되는 개방형 시스템 도입으로 자유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됐으며, 다양한 서비스가 존재하게 됐다.

이러한 상황은 무선인터넷 환경에서도 반복됐으며,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기반의 개방형 시장 플랫폼은 새로운 비즈니스 시장을 열게 됐다.

현재 전력 비즈니스 시장은 인터넷이 도입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중반 상황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 망사업자 중심의 폐쇄형 시장에서 단일 공급과 이에 맞춘 소비만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전력에너지 시장이 비즈니스 플랫폼을 갖춘 개방된 환경으로 변화된다면 경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변화시킨 e비즈니스 같은 역할을 해 줄 것이다.

현재 대부분 선진국은 전력 시장 개방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행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도 올해부터 소매 전력 자유화를 시작, 에너지 비즈니스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은 첫째로 전력망을 중립형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활성화되려면 다양한 콘텐츠가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는 토대가 필요한 것처럼 신재생 에너지를 포함한 다양한 전력원이 자유롭게 유통될 수 있는 중립형 전력망이 필요하다. 둘째 거래를 위한 개방형 플랫폼이 요망된다. 모바일 환경에서 다양한 거래 유형이 생기는 이유는 안드로이드 앱 마켓 같은 개방형 거래 플랫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력 거래 비즈니스에서도 새롭고 다양한 비즈니스가 창출되기 위한 토양으로 에너지 거래 플랫폼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중립형 전력망이 존재하고 그 위에 개방형 에너지 비즈니스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E비즈니스(Energy-Business) 시대를 열고 재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신기태 대진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ktshin@daej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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