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글로벌 기업 일탈,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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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의 한국 내 일탈이 이어지고 있다. 옥시, 폭스바겐, 이케아 등에 이어 노바티스가 학술 행사를 빙자해 리베이트를 살포한 사건이 적발됐다.

한국노바티스 대표 등 전·현직 임원 6명이 약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범행에 가담한 의약 전문지, 학술지 대표 6명과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15명 등 28명도 기소했다. 이들 의사에게 흘러간 리베이트는 2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에 시행된 `쌍벌제(리베이트를 제공한 업체와 의사 모두 처벌)`를 피하기 위해 2011년부터 이뤄진 노바티스의 수법은 교묘했다. 합법을 가장하기 위해 의약 전문지와 학술지를 끌어들여 제품 광고비 명목으로 181억원을 집행했다. 또 전문지·학술지로 하여금 고급 식당에서 좌담회 등 각종 학술 행사를 개최하도록 했다. 초대받은 의사들에게는 `거마비`로 30만∼50만원을 건넸다. 자문위원으로 선정된 의사들에겐 자문료 명목으로 월 100만원씩을 줬다. 참석자 선정 등 모든 것은 노바티스가 결정했다.

더 놀라운 일은 이번 사건이 터지고 `일부 직원의 일탈`로 꼬리 자르기에 나선 노바티스의 대응 방식이다. 어쩌면 노바티스의 이런 대응은 옥시레킷벤키저나 폭스바겐, 이케아 등의 사례를 볼 때 예상된 일이다.

폭스바겐은 조작된 시험평가서로 연비 조작 결과가 드러났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조치는 다른 나라와 너무나 달랐다

글로벌 가구 공룡 기업 이케아도 마찬가지다. 북미 지역에서 앞으로 넘어지는 전도 사고로 3600만여개의 서랍장을 리콜했다. 중국에서는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약 166만개의 서랍장 리콜을 발표했다.

반면에 국내에서는 우리 정부의 리콜 권고도 거부하고 고객이 요구하면 환불 조치하겠다는 미적지근한 대응이 전부다. 최근에는 `벽 고정을 하겠다`는 고객의 동의서를 받고 있다.

옥시레킷벤키저 역시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도 책임을 회피하고 관련 보고서까지 조작하며 버텼다.

사상 최악의 폭염에 대한민국 정부나 소비자를 대하는 글로벌 기업의 행태는 짜증을 더한다. 이런 사태를 두고 글로벌 기업만 탓할 수는 없다.

일부에서는 다국적기업들의 이런 행태를 한국 내 기업경영 관행을 학습한 결과라는 풀이를 내놓는다. 유난히 기업 일탈에 관대한 정부 대응과 각종 법·제도, 소비자 무관심이 이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수출품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비싼 가격에 살 수밖에 없고, 비자금 사건이 터질 때면 정권에 밉보였다는 해석이 앞선다. 가격 담합이나 금융사, 유통회사의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도 과징금 몇 푼으로 면죄부를 준다.

외국처럼 징벌적 과징금제나 기업살인죄 도입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국민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법과 원칙이 제대로 작동했으면 한다.

존경받는 기업을 보유한 국가일수록 부도덕한 기업에 대한 처벌은 가혹하다.

입추도 지났지만 올해는 24절기를 비웃듯 폭염이 좀처럼 기세를 누그러뜨리지 않는다. 더위에 지쳐서일까. 부도덕한 기업에 사업 폐쇄, 천문학 규모의 과징금, 관련자 엄중 처벌 등 철퇴가 내려지는 `사이다` 같은 상상을 해본다.


홍기범 금융/정책부 데스크 kbho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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