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려고 여러 조치를 내놨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국은행뿐만 아니라 금융 당국도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발표하며 가계부채 증가세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정부 정책이 안 먹히고 있다는 말까지 하면서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거론한 것은 이례다.
이 총재의 다소 격앙된 발언을 보면서 지난 2014년이 떠올랐다.
그해 2월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에서 2017년까지 가계부채 비율을 지금보다 5%포인트 낮추겠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 부처 합동발표에서 “가능하겠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가계부채 관리는 가능한 수준”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2017년까지 채 5개월도 남지 않은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는 줄기는커녕 유례없는 속도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은은 물론 정부가 가계부채 문제를 정말 `가볍게` 보지 않고 `심각`하게 봐 온 것이 맞는지 의문스럽다.
현재 가계부채 총액은 1200조원을 넘었다. 지난 7월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보다 6조3000억원 느는 등 급증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는 2010∼2014년 7월 평균인 2조원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정부는 안심전환대출로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빚더미에 눌린 중산층 이하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못했다. 또 가계부채 급증세를 막기 위해 은행 대출을 억제하자 저축은행 등 제2 금융권의 대출이 급증했고, 집단 대출 팽창 등 부작용만 야기했다.
2008년 국제 금융 위기는 미국 저소득층 주택금융 부실에서 시작됐다. 가계부채 관리가 안 되면 순식간에 금융 위기로 흐를 수 있단 뜻이다.
우리도 소득 대비 부채가 많은 취약 계층은 집값 하락이나 금리 인상 등으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가계부채의 질(내실) 개선뿐만 아니라 양(외형) 조절 등 정밀 대응이 필요하다.
김지혜 금융산업/금융IT 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