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고단말유통협회가 출범한다. 관련 업계는 국내 중고폰 유통시장을 연간 1000만대, 1조원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신규 휴대폰 시장이 연간 1800만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자원 재활용과 가계 통신비 절감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만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더라도 긍정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 정부와 협회 관계자들도 국내 중고폰 유통 활성화를 넘어 글로벌 유통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시장 환경이 변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휴대폰을 싸게 사는 게 어려워지자 중고폰 수요가 크게 늘었다. 요금을 20% 할인받을 수 있게 되자 인기가 급등했다. 제조사와 통신사가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을 잇달아 출시한 것도 시장 활성화에 한몫했다.
업계도 이런 점에 주목한다. 협회 설립에 참여하는 80개 중고폰 유통 전문 업체는 물론 제조사와 통신사 등도 사업에 적극성을 보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중고폰 유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투명성 제고다. 그동안 중고폰 시장은 `범죄`와 결부된 인상을 강하게 풍겼다. 중고폰은 분실이나 도난폰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유통 과정도 투명하지 않았다. 중고폰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해외로 유출돼 피싱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된 사례도 많았다.
협회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가장 먼저 `시장 투명성 제고에 바탕을 둔 유통 건전화`에 방점을 둔 것도 이 때문이다. 협회는 중고폰에 내장된 개인 정보 삭제 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협회 설립으로 그동안 파악되지 않은 중고폰 시장이 양지로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어느 정도 시장 통계가 잡히고 정부도 이를 기반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이제 공은 시장 참여자, 그 가운데에서도 유통업체로 넘어갔다. 협회 출범에서 내건 구호처럼 시장과 소비자의 신뢰를 쌓아 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