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쾌지수`를 넘어 `짜증지수`가 끝 간 데 없이 오른다. 아마 국민감정에도 끓는점이 있다면 벌써 끓어 넘쳤을 정도다.
장마 뒤의 날씨 때문에 겪는 불쾌한 감정이 이젠 나라 분위기와 사회 돌아가는 형국을 보며 느끼는 실망감과 짜증으로 뒤섞여 발화점만 찾고 있는 듯하다.
폭염으로 낮엔 진이 빠지고 밤에는 열대야로 잠까지 설치고도 전기료 걱정으로 감히 에어컨에는 손이 못 간다. 국민 행복을 국정 맨 앞에 세운 정부 아닌가. 뭐가 걱정인가. 정부가 결정하고 요금을 징수하는 공기업 한 곳만 정리해서 국민 편하도록 시행하면 된다. 국민을 시원하게도 못해 주는 정부가 국민의 안전과 행복은 책임질 수 있겠는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관련 논란도 그렇다. 사실 국민 실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이다. 말 그대로 안보와 직결된 일이다. 남북한 간 군사 대치 상황에서 여러 가지 밝힐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더 많은데 이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것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 국민 생명과 국가 안위가 사드 배치의 목적이라면 원칙과 방도를 세웠을 것이다. 순서가 꼬이니 이후 번지는 양상조차 볼썽사나워지는 것이다.
사회학자들은 요즘 우리나라에 유난히 강력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잔혹한 사건, 평상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에 대해 원인으로 불만이 해소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를 지목한다. 불만이 쌓이기만 하고 좀체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 한국`이 구조화돼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정치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한 원로는 “우리 사회는 그릇만 갑자기 커졌지 그 그릇 안에 뭔가를 차례로 담아 격식 있게 먹을 줄 아는 사회 분위기가 안 만들어졌다”면서 “비빔밥 문화만 최선의 것인 양 포장하다가 결국은 자기 색깔과 특징은 다 잊은 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벌써 10년가량 우리나라는 진정한 리더를 상실한 채 가고 있다”면서 “국민이 허둥대고 뭔가 결정해야 할 때 `이것`이라고 말해 주는 그런 존재가 없다”고 한탄했다.
결국 우리는 정치가 우리 생활 대부분을 규정하지만 정치를 바꾸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렀다. 그 정치는 예전 누군가 질타하던 `삼류`에서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혼자 힘으론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짜증`을 지고 오늘도 사람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열광한다.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그 선수가 누가 됐건 나만의 박태환, 진종오, 기보배 스토리를 찾고 갈증을 이기려 한다.
이런 때마다 인생사 참 절묘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찌 사람들의 불만과 짜증이 이리도 높을 때에 맞춰 온갖 역경을 이겨 낸 스토리가 불꽃놀이처럼 펼쳐지는지 의아하다. 분명 다른 선수의 일이지만 똑같은 일이 벌써 일어난 것처럼 `데자뷔`를 경험하기도 한다.
그래도 분명한 건 이거 하나다. 리우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뛰는 그대 한 명이 우리 정치인 전부보다 더한 기쁨과 감동을 국민에게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진호 산업경제부 데스크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