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국제표준기구 산업계 출신 가뭄...“학계 주도론 시장·제품 대응 늦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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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표준화기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임원 가운데 산업계 인사 비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아예 기업 위주로 국제표준화 활동이 이뤄지는 미국, 독일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산업계 주도의 표준화 전환으로 시장과 산업에 밀접한 표준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표준화기구(ISO),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리나라 의장·간사·컨비너 168명 가운데 산업계 인사는 14명에 불과했다.

약 8.3%로 10명 가운데 1명도 채 되지 않았다. 나머지 인사는 대학교 등을 포함한 학계가 84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연구원(58명), 협회(6명), 정부기관(5명), 단체(1명) 순이었다.

ISO·IEC 의장·간사·컨비너는 국제표준화를 진행하는 기술위원회(TC), 분과위원회(SC), 작업반(WG)에서 국가 영향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독일, 미국, 일본 등 표준 선진국은 국제임원 비율 또한 높아 5위 안에서 순위를 다투고 있다.

표준 선진국은 기업 차원에서 활발하게 국제표준화에 참여한다. 대표 사례로 IEC TC65(공정계측, 제어, 자동화공정계측, 제어, 자동화)는 외국 임원 61명 가운데 산업계 인사가 52명으로 85.24%에 달했다. 로크웰, 지멘스 등 세계 산업 자동화를 선도하고 있는 기업은 임원이 8명씩이나 참여한다. IEC TC65는 유난히 기업 참여가 활발한 분야이긴 하지만 다른 분야도 외국의 경우 기업계 인사가 많이 포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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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현 LS산전 책임연구원은 “IEC TC65와 더불어 ISO TC184에도 참여한다”면서 “ISO는 학계가 조금 많이 참여하는 편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이렇게 학계(인사) 참여가 몰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국가 차원에서 산업계 표준 참여를 장려하기도 한다. 일본 산업경제성은 2014년 `민관표준화 전략회의`에서 산업계 국제 표준화 활동 강화를 위해 △기업표준담당관(CSO) 신설 △중소·중견기업 표준화 활동 지원 △관리자·실무자 대상 표준교육 등을 시행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형으로는 꾸준히 국제표준화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제표준화 기구 임원 수는 2008년(81명)에 비해 갑절 이상 늘었다. 활동 평가의 주요 지표인 TC 정회원(P멤버) 가입률은 총 73.5%(ISO 73.0%, IEC 75.6%)로 ISO, IEC 모두 공동 세계 9위다.

하지만 국제표준화 활동에 기업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표준이 산업에 밀착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업이 표준화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세계 트렌드에 뒤처진다는 분석이다.

권 연구원은 “표준화 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전시회에서 보게 된다”면서 “이후 대응을 하려면 3~5년은 족히 걸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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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산업계의 참여 저조 이유를 국가 주도 표준화 역사와 `패스트 팔로`를 지향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관행 등에서 찾았다.

박재훈 국표원 국제표준과장은 “미국은 19세기 중반부터 민간이 자진해서 표준화 활동을 시작했지만 우리나라는 표준을 정부 주도로 1960~1970년대 산업화와 함께 진행해 왔다”면서 “우리나라는 여지껏 정부 예산으로 국제표준화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ISO에서 14년째 활동하고 있는 문승빈 세종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세계 선진 기업은 새로운 제품이 개발되면 시험인증팀이 표준·인증을 위해 긴 시간을 투입한다”면서 “반면에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개발한 표준을 바탕으로 인증 받아서 사업화하는 추격자 전략에 빠져 있다. 새로 시장이 형성되는 분야에선 우리도 선도자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산업계의 표준화 참여 유도책을 고심하고 있다. 국표원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시행하는 `제4차 국가표준 기본계획`에 중소기업 표준화 활동 참여 지원과 `표준 리더 기업` 선정 제도를 담았다.

강병구 국표원 표준정책국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표준화 활동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고, 대기업 위주로 참여하는데 대기업도 주로 단기 성과에만 매달리고 있다”면서 “올해 말 미국 표준공학회(SES) 콘퍼런스를 벤치마킹, 우리 기업의 임원이 참석하는 콘퍼런스를 2~3일 동안 개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2015년 우리나라 ISO·IEC 의장·간사·컨비너 인원 및 출신 비율 (자료:국가기술표준원)>

 2015년 우리나라 ISO·IEC 의장·간사·컨비너 인원 및 출신 비율  (자료:국가기술표준원)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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