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이쯤되면 전국이 경제특구, 너도나도 유치 경쟁

광주첨단연구개발특구 3지구 개발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개발 키를 쥔 국토교통부가 속도 조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북구 월출동과 전남 장성군 남면 일대 380만㎡에 오는 2025년까지 산업단지와 주거·상업시설 등을 구축하는 `첨단연구개발특구 3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전체 면적의 90%에 이르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실시계획 수립, 보상 절차 등에 착수해 내년에는 착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현재 개발되고 있는 진곡산단, 빛그린 산단 등 지역 산단 개발 면적 등을 고려할 때 산단 개발 쿼터량인 250만㎡를 넘어섰다며 첨단3지구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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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테크노폴리스 연구개발특구 조감도

◇특구가 일반구로 전락

연구개발(R&D)특구를 비롯해 경제자유구역, 지역특화발전특구, 도시첨단산업단지 등 지역산업 발전을 위한 특구가 우후죽순 늘면서 `나눠 먹기식` 아니냐는 지적이다.

`산업발전 경쟁력을 갖춘 지역을 집중 육성하자`는 당초 취지와 달리 지방자치단체의 영향력과 정치권 입김 등에 의해 특구가 크게 늘면서 `염불보다 잿밥`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부처마다 기능이 비슷한 특구를 앞다투어 육성하면서 지자체가 너나할 것 없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특구 본래의 효과 반감, 사업 중복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R&D특구는 과학기술 분야 연구기관의 집중을 통해 시너지를 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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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특후 현황

현재 전국의 R&D특구는 광주, 대구, 부산에 이어 지난해 전북이 새로 지정되면서 모두 5곳에 이른다. 문제는 R&D특구가 여기서 그칠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특구 지정에 탈락했거나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지자체가 상당수다.

실제 경남도, 경북도, 강원도, 수도권 등 대부분의 광역지자체가 R&D특구 추가 지정 경쟁에 가세했다. 지난해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전북도가 특구로 지정되면서 유치 경쟁은 한층 가열될 조짐이다.

◇출연연 분원도 전국에 분산

대덕연구개발특구에 밀집한 과학기술계 정부 출연 연구기관(출연연)들도 다른 지역에 잇따라 분원을 세우고 있다. 대덕특구는 국가 R&D 기능을 집중, 과학기술 성장력을 높이기 위해 조성됐다. 하지만 정치권 등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국에 분산되는 상황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지난달 14일 광주첨단과학산업단지에서 `바이오에너지 연구개발센터`를 착공했다.

센터 예산은 당초 정부안에는 편성되지 않았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확보했다. 에너지연구원은 울산에도 차세대 전지종합지원센터를 착공할 예정이다. 전북 부안과 제주에도 분원을 운영하고 있다. 2014년에는 정치권 요구로 생명공학연구원 대구 분원 설치가 추진됐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5개 출연연의 전국 분원은 64곳이다. 이 가운데 대덕특구 내 출연연 전국 분원은 40곳이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서울, 강원, 부산, 광주 등 11곳에 지역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도 서울과 부산, 광주 등에 5곳의 분원을 운영 중이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서울, 대구, 광주 등 3곳에 분원을 두고 있다.

출연연이 전국에 쪼개져 설치되면서 대덕의 R&D 특구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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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구 예산 현황

◇경제자유구역 등 유사 기능도 남발

R&D특구와 기능이 유사한 경제자유구역(이하 경자구역)도 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3년 부산·진해, 인천, 광양만권 등 3곳을 경자구역으로 지정했다. 2008년 새만금·군산, 대구·경북, 황해(평택·당진·아산) 등 3곳을 경자구역으로 추가했다.

동해안권과 충북 2곳이 경자구역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총 8곳으로 늘었다. 기존의 R&D특구 및 경자구역 등이 완전히 자리를 잡기도 전에 지자체 간 출혈 경쟁과 정부의 선심성 정책이 맞물려 지정이 남발되고 있는 것이다.

선거와 맞물려 지자체의 영향력이나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분석한 `한국경제특구의 성과분석`에 따르면 개발완료율 17.1%, 미개발 지역은 총면적의 42%에 머문 것으로 파악했다.

보고서는 한국 경제특구의 외자 유치가 부진한 원인으로 △지역 안배 차원에서 과잉·중복 지정 △경제특구 간 차별화 미흡 △과도한 행정 규제 △공공기관 중심의 사업 추진 비효율화 등을 꼽았다.

경제특구는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특정 구역을 지정해 법 또는 제도로 국내의 다른 지역과 구분, 생산·무역·조세상의 특별한 대우가 주어지는 지역을 총칭한다. 외국인투자지역(1998년), 자유무역지역(2000년), 경제자유구역(2003년), 기업도시(2004년)가 대표 경제특구다.

◇지역특화특구, 단체장 치적 쌓기 지적

지역특화발전특구도 올해 전국 130여개 지자체에 175개 특구가 지정됐다. 기업 유치 및 가동에 걸림돌이 되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가 재정 지원을 하는 특구에 지자체들이 앞 다퉈 매달린 결과다.

하지만 완주 모악여성한방클리닉 등 특구 상당수는 지정만 됐을 뿐 드러난 효과가 미미한 실정이다. 단체장들이 선거를 의식, 특구 지정과 홍보에 열을 올리지만 단체장이 바뀌면 소리없이 수그러지고 만다. 무늬만 특구인 채 방치된 특구가 수두룩하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이 제도는 지난 2004년 지자체가 타 지역보다 경쟁우위에 있는 향토산업 등을 원활하게 키워 나갈 수 있도록 129개 규제 특례를 적용토록 한 경제활성화 특례 제도다.

전북의 경우 순창 장류산업특구와 고창 복분자산업특구를 시작으로 완주 모악여성한방클리닉, 부안신재생에너지산업클러스터특구 등이 지정됐다. 전북연구개발특구를 포함할 경우 전북의 특구는 무려 19개다.

도시첨단산업단지를 비롯해 투자선도지구 등 산업 공간 13곳도 내년에 착공된다. R&D특구와 보이지 않는 경쟁도 불가피해졌다.

대전·광주·대구·울산·충남·전남·경북·경남·제주 등 9곳의 도시첨단산단을 비롯해 진주·사천, 밀양, 전주 등 3곳의 국가산단과 원주 투자선도지구가 이르면 내년에 착공한다.

지역산업계의 한 전문가는 “R&D특구 등 경제특구는 산업·경제 논리에 의해 선정·육성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자체나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예산은 그대로인데 지원해야 할 특구만 늘어나니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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