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이 발사한 탐사선이 내년 달에 도착한다. 우주 개발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가는 추세에 속도가 붙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미국 플로리다 주 스타트업 문 익스프레스(Moon Express)의 달 탐사 프로젝트를 승인했다고 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이 지구 궤도를 벗어나 달 탐사 승인을 받은 것은 세계 최초다. 그간 미국, 구소련, 중국 3개국 정부만 달 탐사에 성공했다.
FAA는 미국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항공우주국(NASA), 해양대기관리국(NOAA),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여러 기관 논의와 승인을 거쳐 이날 지구 궤도 밖 탐사를 허락했다. 1967년 발효한 UN 우주협약에 따르면 비정부 기구가 달을 탐사하려면 협약 당사국 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 정부 승인으로 문 익스프레스는 민간 영역에서 최초로 달 탐사에 도전하는 기업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웠다.
우주 개척에 앞장선 NASA가 예산 등의 문제로 2011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을 중단한 뒤 우주 개발 주도권은 민간으로 넘어갔다. 보잉과 스페이스X는 NASA 차세대 유인우주왕복선 개발 사업체로 선정됐다. 특히 엘론 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발사 로켓 회수에 성공해 기존 10분의 1 가격으로 우주 관광이 가능할 전망이다. 스페이스X는 2018년 화성 무인 탐사에 이어 2025년 인류 화성 진출을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상거래 업체 아마존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저스도 지난해 11월 자신의 우주 기업 블루오리진을 통해 우주선 추진 로켓을 회수 실험에 성공했다.
문 익스프레스는 내년 우주기업인 로켓랩이 제작한 로켓에 무게 9㎏짜리 MX-1 착륙선을 실어 보내 2주간 달을 탐사할 예정이다. 로봇을 탑재한 MX-1은 액체연료를 이용, 달에 수직 착륙한 후 탐사활동을 한다.
문 익스프레스는 또 구글 달 탐사 경연대회인 `구글 루나 X 프라이즈`에 걸린 1등 상금을 따낼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루나 X 프라이즈는 민간 힘으로 달 탐사 로봇 개발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출범했다.
로봇을 달 표면에 착륙시켜 최소 500m 이상 이동하면서 고화질 동영상을 찍은 뒤 이를 지구로 가장 먼저 전송하는 팀이 1등 상금 2000만달러(약 223억6000만원)를 받는다. 2위 팀에 500만달러, 탐사 사상 깜짝 놀랄만한 결과물을 낸 팀에 보너스 500만달러가 돌아가 전체 상금 규모는 3000만달러에 달한다. 현재 16개 팀이 경연 중으로 문 익스프레스는 이날 정부 승인을 발판 삼아 라이벌보다 상금 경쟁에서 한 발짝 앞서게 됐다.
밥 리차드 문 익스프레스 최고경영자(CEO)는 “전체 상업용 우주 산업을 위한 문턱을 하나 넘었다”며 “상금 획득보다도 이번 탐사에 성공해 2020년까지 탐사 임무를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닦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 익스프레스가 첫 물꼬를 튼 만큼 다른 기업도 비슷한 방식으로 정부 우주 탐사 승인을 받을 것으로 외신은 전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