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자율주행 연구에 매달려있습니다. 선진국은 정부가 10년 장기 연구과제까지도 내놓고 있어요. 독일 같은 곳이 자동차회사가 없어서 정부가 나서겠습니까. 산업계는 물론 정부와 대학, 연구기관 각자 역할과 협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이경수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해외 자율주행 연구 동향과 정책 동향을 접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그는 국내 대학 자율주행 면허 1호를 보유한 사람이다. 이미 한발짝 앞서 있는 선진국조차 정부 지원을 등에 엎고 연구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는 자동차 산업은 물론 부품·IT·미디어 등 파급효과가 매우 큰 산업이다. 이 교수는 정부와 대학, 연구기관이 각자 역할을 하면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면 기술을 선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동차 회사 단독으로 모든 분야를 연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미래 기반 연구를 충분히 하고 산업계와 적절한 협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량동역학 및 제어연구실 이경수 연구팀이 개발한 자율주행자동차는 지난 5월 국내 대학 최초로 자율주행차량 도로 임시 운행 허가를 취득한 바 있다. 서울대 자율주행차량은 현대자동차와 협력 연구해 개발했는데 첨단 고가센서를 사용한 자율주행차량들과 달리 이미 상용화 단계에 있는 저가 센서들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주목을 받았다. 이 교수 팀의 연구는 동력학을 바탕으로 각종 요소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시스템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자율주행 관련 연구는 자동차 분야서도 가장 뜨거운 주제다. 세계 내로라하는 자동차회사나 대학이 모두 자율주행을 선도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다. 요소 기술을 통합해 가장 안전한 시스템을 만드는 분야에 이 교수팀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해 스웨덴에서 열린 능동안전관련 학회에서 최고 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자율주행은 차량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제어하는 기술인데, 연구 분야가 무궁무진하다”라며 “센서와 같은 요소 기술이 100%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며 연구 과제를 설명했다.
이 교수팀은 자율주행 자동차로 최근 고속도로 자율주행 시연에 성공하기도 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요금소부터 신갈분기점을 거쳐 영동고속도로 호법IC에 이르는 40km 구간에서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기만하고 차량 스스로 운전했다. 올 해까지는 고속도로 주행 기술을 완성하고, 내년부터 2018년까지는 주요 간선도로, 2020년까지는 터널·교차로·골목길까지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