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잡종 강세와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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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델의 유전 법칙에 따르면 이형질이 섞인 잡종 1세대에는 우성 형질이 나타난다. 순종인 부모에 비해 잡종인 자손이 크기나 생산량 같은 특징이 더 우수하다는 것이다. 이를 `잡종강세(Heterosis)`라고 부른다.

이 특성을 이용해 동물이나 식물을 육종하는 사람은 특정 형질의 순종 두 가지를 교배해 그 우성 인자를 모두 지닌 잡종을 개발해 낸다. 병충해에 강한 식물과 열매 수확량이 많은 나무를 섞어 병충해에도 강하고 과실이 많은 나무를 만들어 내는 식이다.

순종 간 교배가 대를 이어 오랫동안 지속되면 열성 유전자가 힘을 낸다. 순혈주의를 주장하며 수십·수백년 동안 가족끼리 결혼한 유럽의 왕실은 유전병으로 고생했다는 기록이 있다. 동·식물에서 순종일수록 보호하기가 어려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연은 순종보다 잡종의 손을 들어 줬다. 서로 다른 것이 섞이면서 취약점은 극복하고 강한 것은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사회나 산업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산업에서 `잡종`은 조금 다른 용어로 쓰인다. `융합`이다. 산업에서 융합은 해당 산업의 힘을 길러 주는 것은 물론 새로운 영역으로 도전하는 힘이다.

자동차 산업이 격변기다. 미국·독일·일본 등 자동차 산업 강국은 이미 잡종 강세, 즉 융합의 힘을 인정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은 이동하는 기계나 장치를 넘어섰다. 정보기술(IT)을 접목해 확장된 `모빌리티(이동성)` 세계로 넘어가고 있다.

자동차에서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인터넷을 통해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기본이다. 다양한 융합 서비스에서 IT와 자동차 기업 간 협업이 대세가 됐다.

우리나라는 IT와 자동차에서 세계 대표 순종 기업이 있다. 미래자동차 산업에서 경쟁자를 앞설 좋은 기회다. 하지만 국내 순종들은 서로 다른 곳만 쳐다본다. 열린 마인드로 잡종 강세의 의미를 되새겨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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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넥티드카 개념도. 사진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문보경 자동차 전문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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