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출연연구기관과 왜 싸우나요.”
전자신문이 `출연연 대수술 급하다` 시리즈를 연재하자 그 배경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독자는 과학자와 과학기술에 우호적인 미디어가 비판 일색으로 급변한 이유를 궁금해했다. 소문이 무성했다. 정치적 의도, 특정 부처와 교감 속에서 이뤄졌다는 소설 같은 이야기였다.
`과학기술 입국`을 주장했던 전자신문이 왜 변했을까. 출연연과 얼굴 붉힌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진짜 무슨 특별한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뚜렷한 목표와 의도가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 일주일 간 매일 기획면을 할애하며 대서특필할 이유가 없었다. 의도는 시리즈 첫 회에서 밝혔다. 시리즈 제목에도 못박았다. `출연연의 변화와 개혁`이다. 미워해서가 아니다.
시리즈가 시작되자 우려와 격려가 쏟아졌다. 일부 잘못을 전체인양 호도해서는 안된다는, 과학자들의 사기가 떨어진다는 하소연이 많았다.
아픈 출연연 민낯을 드러낸 이유는 하나다. 과학기술 50년. 다시 출연연이 국민에게 기쁨을 주는 기관으로의 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전조는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대통령은 공개석상에서 “출연연의 연구성과가 저조하고 연구대상이 애매하다”고 질타했다.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한국이 GDP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출연연은 자신이 아닌 국민이 출연연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국민은 월급 많이 주고 정년이 보장되는 `신의 직장` 정도로 여긴다. 시리즈가 연재되자 뜻밖의 격려와 응원이 쏟아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산업계에서는 “제발 출연연이 한국형이라는 이름으로 예산낭비를 하지 못하게 막아 달라”는 주문이 이어졌다. 출연연마다 제보도 잇따랐다.
산업화와 정보화 주역 출연연이 추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자신문 `출연연 기획 시리즈`에서 그 단면이 드러났다. 직원 700여명이 학술대회 참석차 제주도 출장을 다녀오고, 제도 허점을 이용해 스스로 정년을 늘리는 일그러진 모습이 포착됐다. 매년 5조원 가까운 세금을 투입하고도 기술료 수입은 고작 1000억원 안팎에 불과했다. 연구원들은 인건비를 벌기 위해 프로젝트 제안서를 쓰느라 허송세월을 보냈다.
예측할 수 없는 재앙은 없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사업재해 사례를 분석한 이 법칙은 `실패학`에서 종종 거론된다. `1:29:300`의 비율이 이 법칙 핵심이다. 대형 사고 한 건이 터지기 전에는 경미한 사고 29건이 미리 나오고, 300건의 징후와 전조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국민은 과학기술계를 떠나고 있다. `나팔수`를 자처하던 `과학기자`도 떠났다. 과학기자가 없는 언론사도 수두룩하다. 10년 사이 취재 어렵고 특종 없고, 흥미 없는 과학기술계를 떠나 특종 많고 취재여건 좋은 의학, 산업, 경제기자로 `업종전환`했다.
전자신문은 징후와 전조를 고발했다. 출연연이 국민으로부터 완전히 외면 받는 지경까지 가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한국 경제와 산업을 일으킨 우리 과학자들이 다시 국민으로부터 존경받고 사랑받기를 원한다. 그래야 대한민국 `미래`가 밝다. 전자신문 과학기자들은 욕 먹더라도 `미래`를 지키기로 했다.
장지영 성장산업부 데스크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