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젊은 (예비)창업자를 육성하기 위한 최적의 인프라를 갖춘 곳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창업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패기 왕성한 학생은 물론 창업 지원 전담 인력과 시험장비 등 다양하고 우수한 창업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이다. 정부가 창업 요람으로 대학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소기업청의 `창업선도대학육성사업`은 정부가 지원하는 여러 대학 창업지원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호평을 받는 사업이다. 유망(예비)창업자를 발굴해 창업 준비부터 성장 단계까지 창업 전 단계를 패키지 형식으로 지원한다. 현재 권역별로 총 34개 대학이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창업선도대학 육성 사업을 통해 3108명이 창업했고, 2787억원 매출과 7554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성과를 냈다. 중소기업청과 4회에 걸쳐 우수 창업선도대학 성과 사례를 살펴본다.
`글로벌 창업 거점 대학`
인덕대(총장직무대행 이영희)가 국내 창업을 선도하는 특성화 대학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2011년 중기청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된 이후 대학 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해까지 6년 연속 창업선도대학에 선정됐다. 2013년에는 사관학교식(거점형)창업선도대학에도 선정돼 올해까지 4년 연속 거점형 창업선도대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춰 가고 있다.
인덕대는 총장 직속 독립기구로 학내 창업지원단을 설치,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창업을 취업만큼 중요하게 생각해 학교 본부에서 조직적으로 지원한다.
이러한 학교의 열정과 지원으로 매년 전체 학생(6000여명)의 40%가 기업가정신 등 창업 교육을 받는다. 입학 당시 창업의 `창`자도 모르던 학생들이 이제는 모두 창업에 관심을 두고 있을 정도다.
창업 지원 대표 프로그램은 `해외기업 주문식 창업 엔턴십(글로벌 엔턴십)`이다.
우수 아이디어를 보유한 예비 학생 창업자에게 글로벌 기업가로서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해외 기업 인턴 채용 기회를 제공, 실무 경험을 쌓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중국 칭화대 창업보육센터, 인도네시아 FCL 그룹과 연계해 글로벌 인턴십을 지원하고 있다.
`한중 대학생 연맹 글로벌 창업 캠프(GPS캠프)`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해외 창업 체험 프로그램이다. 칭화대, 베이징대, 베이징교통대 등과 공동으로 롤 플레이를 통해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
인덕대는 지역 거점 선도대학으로서 서울 동북부 지역 5개 대학이 참여하는 글로벌 창업 경진대회도 열고 있다. 지난해 열린 경진대회에는 연세대·고려대 등 국내 14개 대학과 베이징대·칭화대·교통대 중국 14개 대학이 참여한 가운데 양국 학생들이 자웅을 겨뤘다.
인덕대 졸업생 배현길씨는 이 프로그램의 수혜자다. `2013년 한·중 대학생 해외 창업경진대회` 수상을 계기로 중국 베이징대 학생 쑨밍레이와 공동 창업, 중국 교육용 시뮬레이터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창업&지역경제 한마당`은 인덕대가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기 위해 마련한 창업 행사다.
창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창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원구와 손을 잡았다. 행사에서는 지역 주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우수 (예비)창업자 및 대학 동아리, 노원구 내 사회적 기업의 시제품을 전시·판매한다. 지난해 열린 행사에는 3만여명의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참여하는 등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인덕대는 학생 창업 동아리에도 전폭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매년 교비 4억원 이상을 창업 지원에 투자, 전국 대학교 가운데 창업 동아리 최대 회원 수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학내 창업 동아리는 47개나 됐다. 회원으로 817명이 활동하고 있다.
`프로보`는 인덕대가 배출한 유망 기업이다.
이 대학 졸업생인 류제홍 대표가 학생 시절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창업 아이템을 사업화, 교육용 로봇 전문 기업으로 키워 냈다. 현재 인덕대에 둥지를 트고 고주파(RF) 무선통신을 이용한 창작로봇 시스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지난해 32억원대 매출에 이어 올해는 2배 가까이 성장한 60억원대 매출을 목표로 세웠다.
인덕대는 `인덕 비즈(Biz)창업 인재 발굴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인재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 지역 비즈쿨 20개 고교와 공동으로 국내 캠프 및 해외 캠프를 열어 청소년 창업 인재를 발굴, 양성하고 있다.
인덕대는 최근 `인덕 비전 2020`을 선포했다.
2020년 자회사 200개 육성, 창업 동아리 100개 육성, 기업공개(IPO)기업 2개 육성, 국내 5위권 창업 명문 대학 진입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스타 창업자를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기존의 창업 보육시스템보다 진일보한 창업 지원 시스템을 도입해 가치 있는 사업 모델을 발굴하고 지방·정부-스타트업-투자자-대기업 간 상생 창업 생태계를 조성, 연간 매출 10억원 (또는 고용 5명) 이상의 스타 창업자를 육성할 계획이다.
지역 거점 최대 규모의 창업 엑셀러레이터도 구축한다. 서울 동북부 지방자치단체 및 분야별 전문가(변호사, 변리사, 회계사), 투자기관 등으로 창업 지원 인프라를 확대 구축하고 창업 지원 시스템을 강화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촉진한다.
글로벌 창업 시스템도 강화한다.
2013년 중국 베이징에 창업지주회사 `북경인덕창신투자자순유한공사`를 설립한 데 이어 해외 선진 창업기관과의 네트워크를 확대, 글로벌 창업가를 양성한다.
이영희 총장직무대행은 “앞으로 보육, 네트워킹, 협업이 선순환되는 서울 동북구 지역의 최대 복합 창업 생태계 허브를 구축할 계획”이라면서 “21세기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청년 최고경영자(CEO) 양성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창업도 글로벌화 돼야 합니다. 꿈은 많지만 스스로 해외에 진출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해외로 내보내 창업 씨를 뿌리겠습니다.”
김종부 인덕대 창업지원단장은 대학에 창업 인프라와 문화를 확산시킨 주역이다.
LG전자연구소 엔지니어 출신인 김 단장은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후 직접 창업에 뛰어들었다. 1990년대 말 친구와 함께 공동 창업한 프리셋코리아를 코스닥 시장에 우회 상장하는 성과도 냈다.
김 단장은 당시 풍부한 창업 경험과 20여년 동안 가꿔 온 중국 베이징대, 칭화대 등과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대학에 창업 문화를 차곡차곡 심어 나갔다. 글로벌 엔턴십과 한·중 대학생 연맹 글로벌 창업 캠프도 그의 작품이다.
김 단장은 “우리 대학은 전문대지만 창업에 관한 한 중국 최고의 대학과 어깨를 견주는 대학이라는 점에서 학생들의 자부심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앞으로 중국에 이어 아세안 국가의 고도성장이 기대된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창업 교육을 받은 젊은 친구들이 아세안 국가에서 창업 기회를 찾는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역설했다.
김 단장은 “우리 대학 창업선도 모델을 중국 등에 수출하는 방안도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