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SKT 인수합병 불허]케이블TV 돌파구 `이통`

케이블TV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CJ헬로비전을 필두로 출구 전략을 시도하려던 케이블TV 진영의 전략은 원천 봉쇄됐다. 해마다 가입자와 매출이 감소하고, 유료방송 시장 헤게모니는 IPTV에 빼앗긴 상황에서 기존의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케이블TV가 새로운 탈출구를 강구해야 하는 이유다. 핵심은 케이블TV가 IPTV보다 부족한 비교 열위를 어떻게,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다. 성공 여부에 따라 케이블TV의 미래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료방송 시장의 구조 변화를 가름하는 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케이블TV는 IPTV와의 유효 경쟁을 위해 가입자 규모를 늘려야 한다.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한 선행 조건이다.

공정위가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M&A)을 유료방송 시장과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제한을 이유로 불허했다. 공정위는 유료방송 M&A 허용 기준이 반드시 유료방송 시장점유율로 제한되는 것이라고 말해 향후 M&A에는 여지를 남겼다. 케이블TV 간 M&A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최선의 방법은 케이블TV 간 M&A다. 거대 사업자 간 M&A는 단기간에 가입자를 늘려서 IPTV 사업자와 대등한 경쟁이 가능한 구조로 변경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하지만 케이블TV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지난날 특정 방송권역 또는 인접 방송권역에서 경쟁하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인수, 현재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로 거듭난 것처럼 M&A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주문이 적지 않다.

78개 지역별 방송권역 가운데 2개 케이블TV가 경쟁하는 권역이 상당수 있다. 서울 종로·노원에선 티브로드와 딜라이브, 경기도 동두천·의정부에선 CJ헬로비전과 딜라이브, 세종시에선 티브로드와 현대HCN 및 CMB가 경쟁하고 있다.

유료방송 전문가들은 “과거에도 케이블TV 간 M&A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지만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다”면서 “케이블TV 간 `빅딜`이 최선이지만 단기로는 케이블TV가 보유한 개별SO를 매입·매각하는 `스몰딜`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는 특정 방송권역에서 IPTV와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입자 확대는 물론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방송권역을 늘림과 동시에 매출 확대, 투자 효율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케이블TV가 이동통신 확보에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케이블TV 진영도 이동통신 서비스를 확보하지 못하면 IPTV 결합상품 경쟁에서 비교 열위 극복은 불가능하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케이블TV가 알뜰폰을 제공하지만 유료방송 결합상품 시장에서의 영향력은 전무하다. 이동통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구체화한 행동으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이동통신은 케이블TV 비교 열위를 극복함과 동시에 유료방송 결합상품 가입자 유지와 신규 유치를 위한 최적의 수단이다.

방송통신 전문가들은 정부의 미래 지향성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케이블TV의 이동통신 비교 열위를 정책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 결합상품의 동등 결합과 동등 할인 등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케이블TV 본원의 열위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케이블TV 관계자는 “동등결합이라는 제도는 있지만 세부 내용은 정부가 사업자 간 협의에 일임했다”면서 “정부가 실행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유명무실한 제도로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케이블TV 진영에선 이동통신 시장 지배 사업자의 `이동통신 망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사례로 영국 BT에서 분리된 오픈리치가 제시된다. 시장 지배 사업자의 망을 분리, 누구나 동일한 망 이용 대가를 지불하고 이용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동통신 시장 지배 사업자뿐만 아니라 케이블TV에도 동일한 대가로 망을 이용하도록 하면 서비스와 가격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케이블TV 고위 관계자는 “오픈리치가 BT에서 분리, 망 분리 이후 서비스 혁신으로 귀결됐다”며 정부의 의지를 촉구했다. 케이블TV가 이동통신을 확보하면 정부가 추진하는 통신 경쟁 활성화 정책에도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당장 케이블TV의 비교 열위 극복은 물론 결합상품 시장 경쟁 촉진과 이용자 편익 확대 등 정부의 경쟁 활성화 정책에도 일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케이블TV가 현재의 상태를 지속하는 건 미래를 포기하는 것이라는 인식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케이블TV가 동종 간 M&A든 이동통신 확보든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해야 할 건 자사 이기주의가 아닌 `중지`를 모으는 것이 한목소리로 집약되고 있다.

김원배 통신방송 전문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