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근 매우 흥미로운 사회현상을 목격했다.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 열풍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데도 게이머들은 강원도 속초행을 택했다. 정식서비스 대상국도 아닌 우리나라 이용자가 벌써 1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개발사인 일본 닌텐도 주가는 며칠간 폭증했다. `대박`이다. 위치정보시스템과 증강현실(AR) 기술 등 신기술 융합에다 20년간 사랑받아온 캐릭터 때문이란 분석이다.
만약 이 포켓몬 고가 우리나라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탄생했다면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광풍 진원지가 창조경제혁신센터였더라면 `현 정부 3대 미스터리`에서 창조경제는 멋지게 탈출할 수 있었다. 세계 각국에서 벤치마킹하려 할 것이다. 그 뿐이겠는가. 게임 산업 신규 투자는 물론이고 관련 콘텐츠·AR 산업 등 신산업 생태계 선순환 구조도 손쉽게 정립됐을 터다. 대외적으로는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졌음을 입증했을 것이다. 정부가 융합인력 양성에 크게 손대지 않아도 된다. 대박 사례가 나오고 돈이 몰린다면, 우리는 사설 학원을 보내서라도 교육시킨다.
포켓몬 고가 대기업 닌텐도와 미국 벤처기업 나이언틱 합작품이라는 점은 더욱 부러움을 산다. 우리 정부는 창조경제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대·중소기업 상생 등 패러다임 전환을 유도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구축되면서 외형적으로 벤처기업이 많이 탄생했다. 지금까지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2474개 창업·중소기업 지원, 2595억원 투자 유치, 1020명 신규 채용, 1308억원 매출 증가 등 성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 같은 구체적 성과 제시에도 국민의 창조경제 체감도는 미흡하다. 소위 `대박`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2474개 기업 가운데 포켓몬 고 같은 사례 하나만 나와도 구구절절 성과를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매출이 적어도 된다. 시장 파괴적인 혁신 서비스 업체가 하나만 생겨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1년 6개월. 아직 시간은 남았다. 창업 기업 지원 수를 늘이는 것은 그만하자. 분산 투자는 그만큼 수익이 준다. 이젠 집중 투자해서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바꿔보자. 그리고 창업 기업 선정 기준을 다시 꼼꼼히 살피자. 2000개가 넘는 업체 중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 조차 찾기 어렵다는 것은 애초 될 성 부른 나무를 잘 못 고른 탓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 출신 경영자가 성공해서 재벌 대열에 오르는 것을 보고 싶다. 그래야 5년 후, 10년 후에도 명석한 젊은이가 혁신센터 문을 두드릴 것이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