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가 5세대(5G) 통신 핵심기술로 주목받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투자를 늘고 있다. 네트워크 구조를 가상화해 통신서비스에 맞는 환경을 만들 수 있어 비용 절감과 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 뿐 아니라 네트워크 장비업계에서도 기술 구현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은 에릭슨·인텔 등과 함께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개발에 두 팔을 걷어 붙였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는 2018년께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적용한 통신서비스가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다른 통신사에도 R&D 투자가 확산될 전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속도 뿐 아니라 시장 맞춤형 통신서비스 구현을 위해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이 꼭 필요하다”며 “통신·네트워크 업계가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거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가상화된 네트워크 구조를 쪼개 여러 망 서비스를 동시에 사용하도록 지원한다. 기존 네트워크는 모바일 사용자에서 기지국, 원거리 통신망, 코어 네트워크 장비, 인터넷, 운영시스템까지 일원화된 구조다. 하나의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한 네트워크 망이 필요했다. 통신서비스가 끝나면 망을 폐기하거나 재설계해 신규 서비스를 구성해야 한다.
에릭슨엘지 관계자는 “트래픽이 많은 곳에는 많은 네트워크를 할당하고 서비스가 폭증할 때는 다른 쪽 네트워크 비중을 끌어당겨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며 “여러 서비스를 자동화된 시스템으로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운용 효율성이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사물인터넷(IoT) 서비스에서도 네트워크 슬라이싱이 빠질 수 없다. 가령 자전거 위치 추적 서비스와 원격 검침 서비스가 동시에 구현된다면 트래픽이 많은 쪽에 비중을 높게 잡아서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시스코·화웨이·브로케이드 등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도 네트워크 슬라이싱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시스코코리아는 최근 국내 통신사업자 사업전략을 구현할 수 있는 신규 제품 포트폴리오에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포함했다. 화웨이도 도이치텔레콤 등 해외 통신사와 기술 시연에 성공하는 등 기술력을 쌓고 있다. 브로케이드코리아도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지원하는 통신 장비 솔루션을 국내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업자가 시장 상황에 따라 신속하게 서비스를 준비하고 출시하는데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차세대 네트워크의 핵심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트워크 슬라이싱=네트워크 구조를 여러 가닥으로 나눈는 기술을 말한다. 가상화된 네트워크 환경에서만 구현될 수 있어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과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가 먼저 이뤄져야한다. SDN·NFV 시장이 확대되면서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 수요도 커지고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