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생태계의 사전상 의미는 일정 지역 내에 사는 생물군과 이것들을 제어하는 무기적 환경요인이 종합된 복합체계를 말한다. 생물과 생물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균형 있게 유지되는 것이 자연 생태계다.
자연 생태계의 작동 원리는 산업 생태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다만 자연 생태계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반면에 산업 생태계는 인간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이 다른 점이다.
특정 산업을 한 곳에 집적시킨 산업 생태계는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고, 더 나아가 해당 지역과 국가 경제를 일으키는 기반 역할을 한다. 산업 생태계가 활성화되느냐 여부는 결국 처음에 어떻게 기획하고 설계하는지에 달려 있다.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출발하면 제 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수성의료지구 대구SW융합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눈총을 받고 있다. 사업은 지역의 주력산업과 소프트웨어(SW) 간 융합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을 모아 SW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총면적 11만7000㎡ 규모에 사업비만 4000억원이 투입된다. SW 분야 특화집적단지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하지만 기업 입주 방식이 논란이다. 산업용지 분양에 국한해 놨다. 산업용지에 대한 일반분양에는 다소 여유가 있는 기업이 참여할 수밖에 없다. 여유가 없는 소규모 SW 기업에는 그림의 떡이다. 전문가들이 생태계 조성 측면에서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사실 소규모 기업 임대시설인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입주 후 2~3년이면 졸업해야 하는 창업보육시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 SW업계에서는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사무실을 분양받을 수 있는 기업집적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다양한 기업이 집적된다는 논리다.
SW융합 생태계가 잘 작동하려면 첫 단추부터 잘 꿰야 한다. 처음부터 크고 작은 다양한 기업들이 이곳에 입주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관련 기관의 유연한 정책이 필요하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